윤 대통령 파면...한국경제 8년만에 리더십 공백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한국 경제는 8년 만에 리더십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헌재의 탄핵안 인용 판결로 큰 불확실성은 해소됐다. 하지만 내수 부진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일방적 관세 압박 등에 대응이 시급한 상태에서 국가 리더십이 부재한 것이 위기상황을 키울 수 있다.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면 정치 공방에 밀려서 민생 지원을 위해 시급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논의가 지지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4개월간 경제를 짓누른 불확실성이 일부 걷히게 됐다. 향후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은 이미 발생한 악재보다 더 부정적 요인으로 여겨진다. 이날 헌재 선고 전후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인 것도 탄핵과 관련한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은 헌재 선고 전부터 급락해서 오전 11시 11시분 현재 전날 주간 거래 종가 대비 36.8원 낮은 1,430.2원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헌재 선고를 앞두고 상승세로 전환하기도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불확실성 해소라는 측면에서 경제 지표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선까지 약 두 달간 리더십 공백과 정치적 혼란은 더 큰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날 미국의 일방적 상호관세 발표로 대미 협상을 주도할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가 크다.
대통령 파면 후에도 정치 혼란이 계속되면 내수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비심리 위축이 더 심해져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이 더 커진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역대 탄핵정국에서도 소비가 고꾸라지면서 내수가 가라앉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탄핵정국’이 시작된 2016년 10월부터 소비 지표는 낮은 증가세를 보이다가 이듬해 3월 파면이 결정되자 더 둔화했다. 2017년 1~2분기 소매판매액지수 증가율은 1%대로 추락했다. 지난 2004년 3∼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부터 기각까지 기간에도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2004년 1분기(-0.5%)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4분기에야 1%대를 회복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헌재 선고에도 정치·사회 혼란이 지속되거나 확대되면 소비와 투자·환율에 더 부정적 영향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위기감 속에 추경 등을 통한 재정 역할에 기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면 추경도 더 빨리 될 수 있다. 여야정 협의체도 더 유연하고 전향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2년째 계속된 역대급 세수 펑크, 고소득·대기업 위주의 자산과세 감세로 나라 곳간 사정이 녹록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대선을 앞두고 복잡해지는 정치권 이해관계도 걸림돌이다. 정부는 산불 피해 대응, 소상공인 지원 등을 위해 최근 10조 필수 추경을 공식화했지만 예비비 증액, 지역화폐 등 이견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추경은 빨리할수록 효과가 크지만 정치적 상황을 보면 성사되긴 쉽지는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