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 촉구’에 한 줄 얹은 노벨상 작가

2025-04-02     이정민 청년기업가
이정민

대한민국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대3으로 데드락이 걸렸다는 보도가 나왔던 상황에서 예상보다는 빠른 결정으로 보인다. 헌재 내부적으로도 산적한 일반선고도 남아 있고,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퇴임 시간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민주당의 무리한 국무위원 총탄핵 예고와 국무회의 무력화 압박 등 더이상 국정혼란을 야기하는 빌미를 줄 필요도 없다. 마은혁 임명 논란도 빨리 불식시켜야 한다. 빠른 선고일 지정은 예측가능한 범위에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상식적인 판결이 나오길 기대한다.

최종 선고일이 다가오자 각계 인사들의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인용을 주장하는 국회 측 대리인단은 지난 3월 31일 윤 대통령 파면 촉구 성명서 등 467쪽 분량의 참고자료를 헌재에 제출했다. 여기에는 작가 414명의 ‘한 줄 성명’이 포함되어 있는데, 작가들의 파면 촉구 문구를 보면 ‘같은 나라에 살고 있나’하는 의구심마저 느껴진다.

소설가 은희경은 "민주주의 세상에서 살고 싶다", 김연수 작가는 "늦어도 다음 주 이맘때에는, 정의와 평화로 충만한 밤이기를"이라고 썼다. 물론 작가들이 바라보는 이데아는 다를 수 있지만, 도대체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정의·평화’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자유민주주의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이렇게 마음대로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은희경은 남북한 문인들이 함께 만든 첫 공동문예지 ‘통일문학’ 창간호에 고은 시인과 함께 작품을 수록했던 작가다. ‘통일문학’은 2005년 노무현 정권 시절 북한에서 열렸던 민족작가대회를 통해 남북 작가들이 합의한 3가지 사항 중 하나다. 2006년에는 6·15민족문학인협회를 결성했다. 성명서는 은유가 아닌 주장이다. 은 작가는 자신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해 주길 바란다.

특히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문구가 눈에 띈다. 한강은 "훼손되지 말아야 할 생명, 자유, 평화의 가치를 믿습니다. 파면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입니다"라고 적었다. 노벨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인이라는 국가적 브랜드를 갖고 있는 한강의 이 성명은 매우 경솔하게 느껴진다. 한쪽으로 편향된 자신의 정치적 발언이 대외적으로 국가 위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우선적으로 고려했어야 한다.

한강 작가가 말하는 ‘보편적 가치’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범위 내에 있는지도 의문이다. 보편적 가치는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인간에게 동일하게 인식된다. 물론 보편성은 사회적 제도와 전통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으므로 공산주의 체제에서는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 사실로서, 지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인해 ‘생명·자유·평화’에 그 어떠한 침해가 됐는가? 소설가로서 실재계와 상상계를 넘나들고 있는 게 아닌지 궁금하다. 본인의 성명서는 분명 ‘소설’이 아닌 현실의 영역이다.

해당 작가들은 북·중·러를 향해 자유와 평화를 외친 적이 있는가? 홍콩의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는 왜 함구했는가? 그들의 선택적 가치와 분노에 대해 ‘탄핵 기각’이라는 에필로그로 끝맺음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