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에 느끼는 ‘정서적 장벽’이 더 큰 문제
한국의 ‘민감국가’ 지정은 충격이었다. 이번엔 한국이 ‘더티 15’에 오르지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의회 연설에서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무역장벽은 관세장벽도 있지만 비관세장벽도 있다. 한국엔 하나 더 추가된다. 바로 ‘정서적 장벽’이다.
미국의 일방주의는 1980년대에도 있었다. 대상은 일본이었다. 지금은 중국이다. 일본은 미국과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과 다른 국가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다. 모든 건 공산당 통제 하에 있다. 미국은 과거 대 일본 무역적자보다 대 중국 무역적자가 더 불공정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남의 나라 걱정은 사치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미국 시각에서,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한반도는 참 의뭉스럽다. 북한은 대표적인 친중반미 국가다. 남한은? 친중용미 국가다. 극빈국 한국을 ‘수출주도 산업화 전략’으로 이끈 건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과 그 경제 참모들이다. 기적의 시작이었다. 미국 수출시장이 없었다면 한국 자동차 공업은 시작조차 불가능했다.
그런데 한국 유력 대통령 후보인 야당 대표의 친중 성향이 노골화되고 있다. 외교 전략이 ‘셰셰’이면 말 다한 거다. 미국이 ‘정서적 장벽’을 느낄 만 하다.
사실을 짚자면, 미국은 무역을 통해 얻는 게 별로 없다. 무역은 안보동맹 차원이다. 가장 좋은 ‘전쟁방지 메커니즘’은 자유무역 체제다. 무역이득을 누리는 나라들은 안보 위협을 크게 우려한다.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국가 간 노력할 유인이 절로 생긴다.
하지만 중국은 반대로 간다. 무역으로 부를 쌓아 안보 위협을 일으킨다. 남의 나라로 하여금 영해 침탈을 우려케 한다. 친중 정치인들이 모른 척해서 중국이 설치한 서해의 인공구조물은 한참 됐다. 그 속내를 미국이 모를 리 없다.
데이비드 오토어(David Autor)는 중국발 무역쇼크를 연구해왔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단순가공업 포함 제조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미국 전체 근로자 대비 제조업 근로자 비중이 1980년대 20%를 넘었던 게 지금은 10% 미만으로 줄었다. 문제는 공정단계 해체와 함께 나타난 오프쇼어링(offshoring)이다. 중산층 일자리가 사라지는 중이다.
미국 입장에선 부가 썰물처럼 빠져나가 안보위협이 밀물처럼 닥치는 격이다. 관세 전쟁의 근본적 이유다. 한국이 더티 15에 오르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진짜 문제는 정서적 장벽일 수 있다. 해법은 신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