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은 ‘독성 미세먼지’ 천국...흡입하면 치명적

2025-04-02     양철승 기자
화성의 먼지에 다양한 독성 물질이 포함돼 있어 미량이라도 장기간 흡입하면 암, 규폐증, 재생불량성 빈혈, 면역체계 약화 등 우주인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DALL-E 생성 이미지

붉은행성 화성의 유인탐사와 식민지화를 꿈꾸는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계획에 큰 변수가 될 아주 작지만 매우 강한 새로운 적의 존재가 드러났다. 화성의 먼지에 우주인의 건강을 위협할 치명적 독성물질이 함유돼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이 같은 독성 먼지로 인해 화성 개척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워질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콜로라도대 볼더, 미 항공우주국(NASA) 공동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지오헬스(GeoHealth)’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화성 표면의 미세한 먼지가 미래 우주인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의학과 지질학, 우주항공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화성 먼지의 화학적 성분과 건강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사례다. 논문의 수석 저자인 USC 의대생 저스틴 왕은 먼지가 화성 탐사의 최대 위험요인은 아니라면서도 "유인탐사를 위해선 화성 먼지 방호기술을 개발해 우주인의 안전을 담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달의 먼지는 관련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반면 화성의 먼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많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 연구를 시작했다. 실제 NASA는 아폴로 프로젝트 당시 달에 착륙한 모든 우주비행사가 우주복에 묻어 착륙선으로 들어온 먼지로 인해 재채기, 코막힘 등 이상 증상을 호소하면서 그 위험성을 인식했다. 이후 달 먼지가 강한 연마력을 지녀 우주인의 건강은 물론 우주복과 장비까지 훼손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유인 달탐사 재개가 결정된 후 지금 이 순간에도 방호기술 개발에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구팀은 화성 탐사선과 탐사 로버, 화성 운석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실험과 분석을 수행해 화성 먼지가 우주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논문에 따르면 화성 먼지에는 크롬, 베릴륨, 비소, 카드뮴 등 미량의 독성 금속을 비롯해 과염소산염, 실리카, 나노 산화철, 석고 등 인체에 해로운 다양한 성분을 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달의 그것처럼 날카롭고 거칠지는 않지만 모든 것에 달라붙는 경향이 있으며, 크기가 초미세먼지 수준인 3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해 우주복에 묻어 우주선 내부로 유입된 먼지를 들이키기라도 하면 폐 깊숙이 침투하는 것은 물론 혈류로 흡수될 수도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콜로라도대 볼더의 브라이언 하이넥 교수는 "화성 탐사는 임무기간이 최소 수개월 이상인 만큼 화성 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소화기 염증, 암, 폐질환, 면역체계 약화 등으로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염소 기반 화합물인 과염소산염은 신체가 충분한 혈액 세포 생산을 중단하면서 발병하는 갑상선 질환과 재생불량성 빈혈을, 실리카는 불치의 호흡기 질환인 규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연구팀은 화성의 먼지는 단순한 먼지가 아니라고 결론내렸다. 화학적으로 활성화 가능성이 높은 다양한 독성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우주선 내부에 축적돼 우주인에게 장기 노출될 경우 건강상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 복귀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조기 진단과 치료를 막아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게다가 화성은 먼지의 천국이다. 먼지층 두께가 10m나 되는 곳도 있으며, 광범위한 먼지 폭풍이 흔히 발생한다. 먼지와의 접촉 자체를 막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연구팀이 제시한 해법은 우주인의 먼지 노출을 최소화할 기술의 개발이다. 화성 먼지 맞춤형 고성능 공기필터, 자가 세정 우주복, 먼지 유입 차단 출입 시스템, 장비에 먼지가 달라붙는 것을 막아줄 정전기 반발 장치 등이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중 정전기 반발 기술의 경우 달 먼지 대응책의 일환으로 NASA에 의해 상당한 진전이 이뤄져 있어 화성용으로의 업그레이드가 비교적 용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스틴 왕은 "이번 연구의 교훈은 화성의 먼지를 절대로 들이마시지 말라는 것"이라며 "독성 먼지는 화성 유인탐사라는 도전에 대한 복잡성을 더하지만 예방 조치를 통해 충분히 극복 가능한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NASA는 아폴로 프로젝트 당시 달에 착륙한 우주비행사들이 호소한 건강 이상 증상을 통해 외계행성 먼지의 위험성을 인식했다. 사진은 달 탐사 임무를 마치고 먼지를 잔뜩 묻힌 채 착륙선으로 귀환한 아폴로 17호의 우주비행사 유진 서넌의 모습. /NA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