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 월급 3분의1 전기세로...전력 사정은 갈수록 더 열악
김씨 왕조 선전물엔 24시간 공급하면서...주민들 기차·엘리베이터는 운행도 못해 매달 일률적으로 거액 전기세 거두지만...가정집엔 전기 안 들어오고 전력전산계도 없어 전기 부족에도 당국 지나친 공사 진행...시멘트 생산·운반에 낭비해 주민들 쓸 전기 부족 양수기 안 돌아가 수돗물 안 나와...물 부족해 배변 문제도 심각..."김정은만 맘대로 쓴다" 발전 설비 노후화 등으로 해결책도 안 보여...정권 수립 80년간 전력사정 계속 열악해져
북한 주민들이 평균 월급의 3분의 1 가량을 전기세로 내고 있지만, 북한의 전력 사정은 날이 갈수록 더 열악해지고 있다. 김씨 왕조의 선전물 등에는 전기를 24시간 공급하지만 주민들이 사용하는 기차나 엘리베이터 등은 전기 부족으로 운행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3월 학습 제강(특정 주제나 사상을 학습할 때 활용하는 교재) 등 강의 자료에서 생산량 증대를 위해 전력 절약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에게 "TV 접속두를 벽에 있는 콘센트에서 뽑아 놓으라"고 지시했다. 북한말 ‘접속두‘는 플러그를 의미한다.
RFA 보도에 따르면 북한 가정의 전기세는 모두 동일하다. 일률적으로 각 가정에서 매달 1만원씩 거둡다. 북한 노동자들의 평균 한 달 월급이 3만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며, 월급의 3분의 1이 전기세로 나는 셈이다. 물론 실제 북한 주민들은 쌀 1킬로그램도 살 수 없는 월급에 크게 의존하지는 않는다.문제는 그만큼의 전기세를 납부 하는데도 각 가정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에는 아직 전력전산계가 일반화되지 않았고 있는 것마저도 고장나 거의나 무용지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중국에서 전력적산계를 수입하기도 했지만 주민들이 설치비를 내지 못해 설치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쓴 것만큼 내고 전력공급망에서는 또 그 돈으로 전력을 더 많이 생산해 공급하는 선순환이 아닌 일률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전력 생산이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어려운 전기 수급 상황에도 김일성, 김정일 동상이나 사적관, 관련 우상화 선전물 등 김씨 3대 왕조 관련 시설물에는 특별히 24시간 전기가 공급된다. 주민들이 밥을 지어 먹을 수 없어도 우상화는 우선돼야 한다는 식이다. 전기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고 콘센트를 뽑아 전기를 절약하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지시가 내려지고 있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특별히 전기 사정이 좋지 않다는 신호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RFA 보도에 따르면 최근 함경북도와 양강도, 평안북도 농촌 지역은 전기가 하루 1시간도 공급되지 않고 있고, 도시는 하루에 여러 차례에 나누어 1시간 정도 공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지나친 공사를 진행해 건설에 들어갈 시멘트 생산과 운반에 전기를 낭비하고 있다. 그러니 주민들에게 갈 전기가 모자라게 된다.
최근에는 전기가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아 기차도 제대로 운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에서도 하루에 전기가 공급되는 1시간 정도가 지나면 엘리베이터가 운행되지 않아 고층 아파트도 계단을 걸어 다녀야 할 정도다. 가정집 마다 양수기가 돌아가지 못하니 수돗물이 나오지 않고, 물이 나오지 않으니 배변 문제도 심각하다.
RFA 소식통은 "북한의 아파트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위생실(화장실) 냄새"라며 "물이 귀하기 때문에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씻고 방 걸레까지 빨고 나서야 변기 오수물로 사용한다. 평양 등 도시들도 이런 형편이니 농촌은 더 심하다. 이런 현상이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니, 북한에서 전기를 마음대로 쓰는 사람은 김정은 외에 없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로서는 북한의 전력난을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인다. 전력 생산이 수력과 화력뿐인데 발전 설비의 노후화가 이미 진행됐고, 수력 발전소의 댐 건설도 전문 집단이 아닌 군대와 돌격대를 내몰아 건설하다 보니 사방에 금이 가고 균열이 생겨 물전기를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화력 발전은 채굴 설비와 운반 광차의 운행이 이뤄져야 하는데 전기가 없으니 가동 자체가 어렵다.
북한 정권이 수립된 지 80여 년이 되어가지만 날이 갈수록 전력사정은 더 열악해져 왔다. 이는 북한의 당 정책이 민생 중심이 아니며 지도자의 지도력도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