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고난의 길’ 넘으면 대통령 후보 반열
‘집단 광기’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집단 광기(collective madness)는 심리학에서 집단 착각과 집단 사고의 오류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본다. 지금 민주당의 행태가 딱 그렇다. 민주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를 즉시 임명하지 않으면 "파면사유가 된다"고 협박했다. 한 대행이 직무에 복귀한 지 하루 만에 또다시 탄핵하겠다는 것이다. 최상목 경제 부총리에 대해서는 이미 탄핵안을 발의한 상태다.
민주당은 마은혁 임명에 당 전체가 목을 매고 있다. 마은혁을 임명한 뒤 헌재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하고, 조기 대선에서 이재명을 당선시킨다는 단 하나밖에 눈에 뵈는 게 없다. 집단 착각·집단 사고 오류의 전형이다. 집단 착각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 자신이 의도한 대로 세상이 굴러가야 한다고 믿는다. 이 믿음이 임계치를 넘으면 집단 광기(狂氣)로 간다.
헌재는 한덕수 대행이 마은혁 임명을 보류한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도 "대통령 대행의 파면 결정은 국정 공백과 정치적 혼란 등 중대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기각했다. ‘위법’과 ‘파면’ 사이에 적지 않은 스펙트럼이 있는데도 민주당은 이를 보지 못한다. 민주당이 한 대행을 재탄핵할 경우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배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재탄핵에 나선다면 한 대행은 고난의 길을 걸어야 한다. 국회 추천 헌재 재판관 임명 보류는 ‘위법’이라는 헌재 판결 자체를 거부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진 않다. 민주당이 "법대로 하라"고 압박하면 한 대행도 "당신들 법대로 하세요"라고 대응하거나, 또는 헌재가 기각 선고를 내린 배경을 정치적으로 잘 설명하면서 민주당의 칼부림을 피해가는 길이다. 그래도 안 되면 재탄핵을 당하는 것이 한 대행이 가야 할 고난의 길이다.
시간이 다소 걸리지만 상식은 승리한다. 상식(common sense)은 해당 역사적 시기를 살아가는 다수 국민의 사회적 공동의식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같은 특정 시기, 특정 집단이 국민 상식을 이기긴 어렵다. 만약 한덕수 대행이 이번 고난의 길을 잘 극복한다면 그는 차기 대통령 후보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주미 대사·무역협회 회장·국무총리·대통령 권한대행. 지금 이만한 대통령감이 어디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