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경기 전망 37개월 연속 부정적…회복세도 꺾여
국내 기업들의 부정적인 경기 전망이 37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관세폭탄·보호무역 확대 등 글로벌 교역 불확실성 높아지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를 조사한 결과 88.0으로 집계됐다고 26일 밝혔다. BSI가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이 긍정적이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인 것을 의미한다. BSI 전망치는 2022년 4월(99.1) 이래 매달 기준치를 밑돌며 역대 최장 부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올해 들어 1월 84.6, 2월 87.0, 3월 90.8로 반등했으나 한 달 만에 80대로 하락했다.
업종별로 제조업 92.0, 비제조업 84.2를 기록했다. 비제조업의 경우 지난 1월부터 4개월 연속 90을 밑돌았다.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내수가 위축됐던 2020년 4∼7월 이후 처음이다. 비제조업 세부 업종별로 여가·숙박·외식(100.0)을 제외한 모든 부문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기·가스·수도(68.4), 정보통신(75.0), 건설(76.2), 운수·창고(88.5), 도소매(90.4), 전문·과학기술·사업지원서비스(92.9) 순으로 낮았다. 제조업에서는 섬유·의복·가죽·신발(80.0), 식음료·담배(83.3), 석유정제·화학(89.7), 전자·통신장비(86.7), 자동차·기타운송장비(90.9), 금속·금속가공 제품(92.0)이 기준선을 밑돌았다. 조사 부문별 BSI는 고용(91.4), 내수(91.4), 자금 사정(92.2), 채산성(93.0), 투자(93.3), 수출(93.9), 재고(102.5) 등 모든 부문에서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재고는 기준선 100을 넘으면 과잉으로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관세·보호무역 확대 등 글로벌 교역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주요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며 "투자, 사업재편 등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는 상법 개정 논의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3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도 86.7에 그쳤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가운데 주요 지수(제조업 5개·비제조업 4개)를 바탕으로 산출한 심리 지표로 장기(2003~2024년) 평균인 100을 밑돌면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3월 기업경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1.4포인트(p) 상승한 86.7로 집계됐다. 이 지수는 지난해 11월부터 넉 달 연속 하락하다 올해 3월 상승했다. 하지만 4월 CBSI 전망치는 전산업(85.6), 제조업(89.9), 비제조업(82.4)에서 이달 전망치보다 2.4p, 1.2p, 3.4p씩 나란히 하락했다.
이혜영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미국 관세정책과 관련해 자동차, 반도체 등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업종은 다음 달 경기가 안 좋을 것이라고 많이 대답했다"며 "석유정제, 화학, 디스플레이, 조선 등 일부 업종은 반사이익을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미국이 상호 관세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할지 정해지지 않아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까지 반영한 3월 경제심리지수(ESI)는 87.2로 전월보다 3.0p 하락했다.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87.3)도 1.0p 내렸다. 이는 지난 2020년 10월(84.2) 이후 4년 5개월래 최저치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 11~18일 전국 3524개 법인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중 3308개 기업(제조업 1858개·비제조업 1440개)이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