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과 달랐다...전농 트랙터 시위, 우파 시민들 덕분에 저지

2025-03-26     전경웅 기자
지난 25일 오후 남태령에 도착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트랙터 시위대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 얇은 패딩점퍼를 입은 노인들이 전농 시위대다. /연합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예고했던 전봉준 투쟁단의 트랙터 행진 시위가 우파 시민들에 의해 차단당했다. 앞서 경찰이 남태령에 차벽을 설치했지만 전농 시위에 참여하려는 좌파들이 늘면서 지난해 12월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하지만 곧 우파 시민들이 몰려 견제하면서 전농 시위는 26일 오전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전농이 가져온 트랙터는 1대만 서울 시내에 진입했다.

당초 전농은 25일 트랙터 20여 대를 대형 트레일러에 실어 남태령까지 온 뒤 트랙터와 1톤 트럭으로 이수역, 흑석역, 한강대교, 용산 삼각지 교차로를 거쳐 광화문 동십자각까지 행진할 계획이었다. 이날 오후 7시에는 집회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법원이 트랙터 집회를 불허하고, 경찰이 남태령에 차벽을 설치하자 전농 측은 트랙터를 트레일러에 실은 채 광화문까지 진입하려 시도했다. 경찰은 25일 오후부터 전농의 트레일러가 남태령에 진입하는 것을 차단했다. 경찰버스로 트레일러를 에워 싸버린 것이다. 경찰은 과천 방면에서 진입하는 도로에도 차벽을 세웠다.

전농 측은 오후 2시 무렵부터 남태령 경찰 차벽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좌익 시위자 한 명이 경찰을 넘어뜨리기도 했다. 경찰은 얼굴에 찰과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저녁이 되자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회원과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과 당협위원장도 합류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월 부산에서 피습 당했을 당시 ‘지혈’을 했던 류삼영 전 총경도 눈에 띠었다. 이들은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 등이 적한 손팻말을 들고 경찰에 차벽 해체를 요구했다.

이때 우파 유튜버와 시민들이 남태령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 경남 양산 사저 앞 시위와 광주 탄핵반대 집회 준비로 잘 알려진 안정권 벨라도 대표와 신남성연대 배인규 대표가 전농 시위대 대응의 선봉에 섰다.

이들은 전농과 비상행동 시위대를 향해 거친 발언을 하며 기선제압을 시도했다. 안정권 대표와 배인규 대표가 나선 뒤 다른 우파 유튜버들과 시민들도 전농과 비상행동 측에 맞서기 시작했다. 전농과 비상행동 시위에 참여한 일부 노인들이 우파 유튜버와 시민들에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일부 좌익 노인은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파 유튜버와 시민들은 그들과 똑같이 대응하는 게 아니라 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조롱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특히 젊은 시민들이 좌익 노인들을 향해 "빨갱이래요"라고 조롱하자 전농 대응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좌익들은 그동안 태극기 부대를 두고 ‘틀딱’이라고 조롱했는데 좌익들이야말로 현실에서 ‘틀딱’이었다"며 "저 노인들이 무슨 민주대학생이니 개딸이니 외쳤던 거냐"고 혀를 찼다.

전농과 비상행동 시위대와 우파 시민 진영은 26일 새벽까지 대치를 이어갔다. 경찰 비공식 추산에 따르면 25일 전농·비상행동 측 시위에는 1000여 명, 우파 시민 진영은 200여 명이 남태령에서 10시간 이상 대치했다.

결과적으로 전농의 25일 트랙터 행진 시위는 실패로 끝났다. 지난해 12월 22일 있었던 남태령 트랙터 시위 때와 달리 각성한 시민들까지 적극 대응에 나선 덕분이라고 우파 진영에서는 자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