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법치(法治)가 명치(明治)로 전락해선 안된다
이번 주는 ‘슈퍼 위크’(super week)로 불린다. 정치권의 지각 변동을 불러올 굵직한 판결들이 이번 주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 오프닝이 한덕수 총리 탄핵 심판이라면 클라이막스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다. 또 다른 관심사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은 이번 주 선고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이재명이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있었던 방송사 인터뷰와 국정감사 등에서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의혹에 대해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11월 1심에서 이재명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될 경우 이재명은 의원직을 상실하고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연히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할 수 없다.
2심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만 선고돼도 이재명의 정치 생명에는 치명적인 타격이 된다. 사실 관계 판단이 아닌 법리 적용만 살펴보는 대법 판결이 2심과 다르게 나온다면, 그렇지 않아도 위태로운 사법 신뢰가 치명타를 입게 된다. 사법부도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다. 1심 판결문을 읽어본 법조인들은 "1심에서 유죄의 근거를 워낙 꼼꼼하게 밝혀 놓아서 항소의 논리 구성 자체가 쉽지 않겠더라"는 의견이 많다.
대법 판결이 2심 선고 후 3개월 안에 나오게 되어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이재명은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어 조기 대선이 실현되기를 바라지만, 그 경우 대선과 대법 판결이 시기적으로 중첩되기 때문이다. 뻔하게 유죄라고 판단되는 대통령 후보에게 표를 주기는 쉽지 않다. 이재명은 8개 사건의 12개 혐의와 관련해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재명은 24일 대장동 의혹 민간업자들 재판에 증인으로 또다시 불출석했다. 이 나라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적용되어야 할 법적 장치들이 이재명 앞에만 가면 작아지는 현상을 우리는 너무나 오래 너무나 자주 목격해오고 있다. 사법 절차가 이재명에게 면죄부를 주는 도구로 전락한다면 이 나라는 ‘법치(法治)가 아닌 명치(明治)’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변명할 말이 없을 것이다.
최근 들어 ‘사법 신뢰가 이렇게까지 무너질 수 있느냐’는 자괴감을 토로하는 법조인들이 많다. 그나마,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는 감각이 살아있다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