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기각 자유민주 희망 갖기엔 이르다
지금 한국사회의 최우선 과제는 자유민주주의 헌법 시스템에 의거한 헌정 질서의 회복이다. 대통령 책임제 헌법 하에서 대통령이 부재한 사실 자체가 사실은 엄청난 사건이다. 다만 우리가 무감각해져 있을 뿐이다. 노무현·박근혜·윤석열로 이어진 대통령 탄핵소추가 마치 별게 아닌 것처럼 인식되는 현상이 더 큰 문제다.
24일 헌재의 한덕수 총리 탄핵 기각 선고는 헌정 회복의 첫 단추일 뿐이다. 그런데 한 총리에 대한 기각 선고 자체는 헌정 회복으로 가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간단치 않다.
먼저, 국회 정족수 과반 탄핵 의결을 ‘적법’으로 판결했다. 헌재의 적법 판결은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이다.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의 궐위 또는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국무총리 등이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돼 있다.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권한 전반을 대행하되, 다만 보수적·안정적 국정 수행에 방점이 찍혀있다.
권한대행의 법적 지위와 권한은 대통령과 동일하다는 뜻이며, 이는 특히 대통령책임제 헌법을 실시하는 국가에서는 권한대행의 헌법적 지위가 대통령과 동일해야만 헌법·법률적 직무수행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헌법재판소가 발간한 주석서에도 대통령에 준하는 정족수로 되어 있기 때문에, 헌재가 자기모순을 일으킨 판결이다.
각하 의견을 낸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특히 이번 사건처럼 국무총리로서의 직무집행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직무집행을 포괄해 탄핵소추 사유가 구성된 경우, 대통령 기준으로 의결정족수를 따지는 것이 헌법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것이 대통령책임제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판단이다.
대통령책임제 헌법을 실시하면서 대통령 탄핵을 수시로 하고,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마저 국회 과반 의결로 가능해진다면, 우리 헌법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게 된다. 이런 헌법이 과연 자유민주 체제를 유지하는 항구성을 가질 수 있을까.
또 하나, 한 대행의 헌재 재판관 임명 보류를 ‘위헌’으로 판결한 것은 최상목 대행의 재판관 2명 임명이 적법하며, 동시에 마은혁 재판관 임명을 압박하는 취지로 보인다. 이번 헌재 판결이 윤석열 대통령 선고에 던지는 희망 메시지로 보기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