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엇갈리는 경제지표에 경기침체 전망 논쟁 격화

2025-03-23     채수종 기자
도널드 트럼프2기 행정부가 이끄는 미국 경기의 앞날에 대한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항 모습. /연합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차별적 관세 부과 등 ‘미국 중심’의 무역정책으로 촉발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경제 침체로 이어질지를 놓고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싸우는 무역 전쟁을 비롯해 그의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 2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가계와 기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기반한 연성(soft) 지표와 정부가 발표하는 고용 및 생산지표와 같은 경성(hard) 지표는 미국 경기가 어떻게 전개될 지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연성 지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연방 재정지출 삭감이 뚜렷한 경기둔화를 촉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이런 불안감의 상당 부분은 미시간대와 콘퍼런스보드가 설문조사를 토대로 발표한 경제 심리지표에 기인한다. 콘퍼런스보드가 설문을 토대로 집계한 2월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1월 대비 7포인트나 하락해 2021년 8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는 소비심리의 급격한 악화를 시사한다.

미시간대가 집계한 소비자심리지수도 3월 들어 2년 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경기 우려를 키웠다. 또 두 기관 모두 관세 충격이 인플레이션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경제주체들의 불안감 확대를 지표로 반영했다. 나이키 등 소비재나 델타항공 등 항공사 경영진도 최근 실적발표에서 소비심리 둔화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경기둔화 관련 불안감을 키웠다.

반면 실물 경제활동을 반영한 경성 지표는 미국의 경기가 둔화하고는 있지만, 급락 상황과는 거리가 있음을 시사한다. 2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15만1000명 증가해 전망에 못 미쳤고, 실업률도 4.1%로 소폭 상승했지만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상황을 유지하고 있음 보여준다.

또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서 2%에 가깝게 둔화하는 상황에 있다. 2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예상치를 밑도는 전년 대비 2.8%로 1월(3.0%)보다 떨어져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를 덜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19일 3월 통화정책회의(FOMC)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재가열 조짐과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부분적으로 관세에 대한 반응으로 생각한다"며 "(그러나)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소비자심리 설문조사에서 반영된 기대 인플레이션 반등을 두고 다른 지표와 크게 벗어난 ‘이상치’(outlier)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회견에서 "상당한 우려를 보여주는 것은 연성 지표, 즉 설문조사"라며 "연성 지표가 경성 지표에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는 이를 빨리 알아차릴 것이지만 아직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4년 내내 재무장관을 지낸 스티븐 므누신은 최근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다.

므누신 전 장관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우리가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 "정부가 지출을 줄이면서 경제가 약간 둔화할 수는 있지만 투자자들이 경기 침체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확실성이 월가와 산업계를 사로잡고 있다. 시티그룹의 앤드루 홀렌호스트 미국경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다들 이를(설문조사) 두고 경제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에 대한 최종 결론으로 받아들이고 싶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경성 지표는 한두 달 전 일어난 일이고 설문은 미래 전망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이런 설문 결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