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由칼럼] 新운동권이 된 ‘전교 1등’들
87체제 운동권이 물러갈 때가 되니 그 자리를 메우는 직업군과 학생들이 있다.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다. 문과와 이과의 자리바꿈이다. 의식, 투쟁 방식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우월 의식, ‘전교 1등’ 자긍심이 강하다. 안하무인이다.
사회와 부모들이 그렇게 키웠다. 의대 지상주의, 어째서 이 나라 부모들은 자식을 의대 못 보내 저렇게도 안달일까? 슬픈 민족이다. 자기들이 그런 압박 속에서 학교를 다녀 놓고 2세를 도로 그 지옥 속으로 몰아넣는다.
‘4세 고시’가 있고, ‘초등의대반’이 있다. 영어유치원 보내는 돈이 대학 등록금보다 많이 들어간다. 영유아 사교육비로 월평균 30만 원을 쓰고 서울 고교생 사교육비가 월평균 100만 원 이상이다. 초중고 사교육비가 역대 최대라는 29조 원이 됐다.
전 세계에서 좀 산다는 나라들 중에 이런 광기가 없다. 아이는 안 낳으려 하고 그나마 낳은 아이는 이렇게 돈을 퍼들여 의대생을 만들려고 제 허리를 부러뜨리고 있다. 육아 비용 때문이라는 아이 기피 이유가 민망하지 않나?
옛날 운동권 학생 뒤에도 극성 학부모가 있었다. 야당의 현직 유명 인사 어머니가 대표적이다. 아들을 서울대에 보내고 총학생회장, 국회의원에 이어 대선에 출마토록 하는 게 ‘스펙 쌓기’ 스케줄이었다. 학생들 집회에 나가 아들 찬조 연설도 했다. 아들이 투옥된 뒤에는 구속·제적 운동권 학생들과 가족들 단체 대표로도 활약했다. 그 아들은 이런 어머니 기대에 부응, 금배지를 여러 번 달고 이제 마지막 대권 고지에 오를 기회만 엿보고 있다.
신(新) 운동권이 된 전공의·의대생들이 작년에 한창 의대 증원 반대 투쟁을 시작했을 때 해괴한 단체 하나가 신문 기사에 등장했다. 의대생학부모협의회. 살다가 이런 협의회까지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수업·진료 거부를 뒤에서 독려하고 정부에 압박을 가하는 ‘전교 1등’ 엄마들이었다.
전공의들, 의사들의 주장이 다 틀렸고 오만하다는 건 아니다. 그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대한민국이 의료 선진국 이름을 듣게 됐다는 것도 안다. 의대 증원, 특히 매년 2000명이라는 숫자 집착은 분명히 근거가 부족한 문제 정책이었다. 아마 윤석열 정부 실정 중 첫 번째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계엄·탄핵 사태로 상황이 급격히 바뀌었다. 의대 증원은 사실상 백지화나 마찬가지 결과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치고 있고, 의대생들도 덩달아 복학을 거부하고 있다. 임금 인상 요구는 숨기고 정치 투쟁 일삼는 민노총과 다름없다.
최근 전공의(수련의)들과 의대 학생들을 엄하게 나무라는, 선배 의사들이 용기를 내 화제다. 반가운 뉴스였다. 1등 우월감에 빠져 선배고 정부고 대통령이고 없이 맞짱 떠 보려 하는 이들을 가르치는 데는 그 교만을 후려치는 스승의 말 한마디만한 게 없다.
서울대 의대 교수 4명이 이들을 혼냈다. "의료 시스템을 개선할 로드맵도, 설득력 있는 대안도 없이 오직 탕핑(가만히 누워 있기)과 대안 없는 반대만으로 1년을 보냈다." 그들은 또 "의료 기사 댓글 등에는 환자에 대한 책임도, 동료에 대한 존중도, 전문가로서 품격도 찾아볼 수 없는 말들이 넘쳐난다. 의사 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는 모습도 오만하기 그지없다"라고 때렸다.
전공의들은 그래도 버티고 있다. ‘의사 세계는 좁다, 배신자 낙인 평생 간다’라는 선동협박 문구와 함께. 비판 교수들에 대해서는 ‘중간착취자다’ ‘정부 부역자다’ ‘편협하고 위선적이다’ 같은 어디서 많이 들어 봤던 딱지들을 붙이며 욕을 해댄다.
전교 1등들이 이 수준밖에 안 된다. 어설프게 정치 물이 들어 타락한 사이비 운동권들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다. 정부와 대학, 병원은 단호하게 이들을 정리해야 한다. 레이건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