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우파들, 금기를 깨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시국선언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연세대를 시작으로 서울대·고려대·한양대·이화여대 등 거의 모든 대학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일반적으로 대학 캠퍼스에서의 시국선언은 진보 성향 목소리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다. 시국선언이라는 기표(記表)에 ‘보수 아웃’이라는 기의(記意)를 부여할 만큼 오염된 단어로 인식됐다.
그런데 이번 사안은 기존의 통념과는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진보의 성지’로 여겨지는 일부 호남지역 국립대와 전북대에서의 반탄 시국선언은 뒤바뀐 시국선언의 기의를 인증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지난 17일 한국예술종합학교의 탄핵 반대 시국선언은 기존 대학들과는 또다른 의미를 갖는다. 문화예술계 최고 엘리트를 양성하는 한예종이 갖는 문화자본으로서의 상징성은 넘사벽 수준이다. 그동안 문화예술계는 진보적 가치 관념을 대변하는 공간으로 여겨져 왔다. 문화예술의 주요 소재로 다뤄지는 인권·평등·여성·환경 등의 가치를 진보진영이 독점한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문화예술계가 아이러니하게도 정치적으로는 다양성이 묵살되는 이념적 카르텔이 존재했다.
이번 한예종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은 이러한 이념적 카르텔과 고정관념을 깨고, 문화예술계에서 우파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이는 단순히 정치적 의견의 표현을 넘어,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미닝아웃’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예술도 한 표도 우리가 지켜내자", "빼앗긴 선거에도 봄은 오는가." 한예종의 탄핵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한 학생들의 ‘미닝아웃’을 대표하는 문구들이다.
미닝아웃(Meaning Out)은 자신이 지지하는 가치관이나 신념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특정 정치·사회·문화적 이슈에 대한 개인적 입장을 드러내는 것을 포함한다. 특히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커뮤니티의 주류 의견과는 다른 입장을 취할 때 미닝아웃으로 여겨진다. 다수의 분위기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MZ세대의 특징이기도 하다.
문화예술계 주류 의견이 진보진영에 매몰돼 있는 상황에서, 비록 소수였지만 한예종 학생들의 미닝아웃은 그 자체로 금기를 깨는 ‘예술’이었다.
미닝아웃은 소수 의견으로 시작되지만, SNS를 통해 그 신념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소속감이나 연대감을 느끼고, 그들과의 연결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이는 비주류로 인식되는 아싸(아웃사이더)들이 사회적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케 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이번 한예종 학생들의 시국선언은 문화예술계 내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문화예술계에서 이제는 정치적으로도 다양성이 공존하는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집단 문화가 아닌 개인 문화로 그 헤게모니가 변화되는 현대 사회의 흐름에서 문화예술계가 다시는 역행하면 안 될 것이다.
가수 조장혁은 지난 16일 자신의 SNS에 "헌재에서 탄핵 기각되면 탄핵 발의한 국회의원 사퇴해야 하는 규정 있어야"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지난 문 정부 시절에도 소신 있게 미닝아웃을 실천했던 몇 안 되는 문화예술인이다.
그의 미닝아웃은 2030세대와 많은 우파 국민들에게는 더이상 비주류가 아닌 주류 의견이 되고 있다. 지금 문화예술계의 미닝아웃이 미닝인(Meaning In)의 ‘인싸’로 전환되는 변곡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