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由칼럼] 친미 국가 필리핀에 ‘스파이 시장’ 심은 중국

필리핀 루손섬의 농촌 소도시인 밤반시. 이 도시의 시장은 35세 여성 앨리스 궈다. 궈 시장의 중국 스파이 소동으로 지난해 하반기 내내 필리핀 정계가 발칵 뒤집혔다. 6월 27일 리사 혼티베로스 상원의원이 성명을 내고, 궈 시장 지문이 중국인 여성 궈화핑(郭華平)의 지문과 일치한다고 필리핀 국가수사청(NBI)이 확인하면서다.

NBI는 2003년 1월 중국인 여권을 가지고 특별투자거주비자(SIRV)로 필리핀에 입국한 13세 소녀 궈화핑의 지문과 궈 시장 지문이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 비자에는 궈 시장과 동일인으로 보이는 사진이 실려 있으며, 여권에 궈화핑은 1990년 8월 중국 푸젠(福建)성 출신으로 기재돼 있다.

혼티베로스 의원은 궈화핑이 "앨리스 궈라는 이름의 필리핀인을 도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가 필리핀인으로 가장한 것은 밤반시 유권자와 정부 기관, 모든 필리핀인을 크게 모욕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당국이 밝힌 궈 시장의 행적은 엽기적이다. 그 행각은 지난해 3월 시장실 바로 뒤에 위치한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 ‘쭌위안 테크놀로지’가 발각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그곳은 사람 수백 명을 가둬놓고 이성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내는 로맨스 스캠 같은 사기 범행을 시키는 소굴이었다. 당국은 도박장에서 중국인 202명과 외국인 73명 포함, 감금된 약 700명을 구출했다. 필리핀 대통령 직속 조직범죄대책위원회(PAOCC)는 궈 시장과 이 업소 설립자 등 14명을 밀입국 알선·인신매매 관련 혐의로 기소했다.

궈 시장은 업장이 있는 7만9000㎡ 부지의 절반과 헬기 1대를 소유하고 있었다. 궈 시장의 출신 배경과 경력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을 때도 ‘실은 중국인이 아니냐’, ‘중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는 것 아니냐’ 같은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자 궈 시장은 뉴스 채널에 출연해 "나는 스파이가 아니다. 나는 필리핀 사람이며 내 나라를 사랑한다" "나는 중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하녀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라고 변명했다.

하지만 필리핀 당국은 그가 거짓말을 했다고 밝혔다. 지문과 여권 등을 통해서 중국인 여성 궈화핑과 일치함을 밝혀냈다. 또 그의 어머니는 필리핀 하녀가 아니라 중국 국적의 린원이(林文懿)였다. 사생아라는 주장도 동정심을 자극하려는 거짓말이었다. 투자비자로 입국한 중국인이면서도 부정한 방법으로 필리핀 시민 신분을 획득했고, 필리핀인 신분으로 위장한 채 시장직에 출마해 필리핀 유력 인사들과 인맥을 형성한 것이다.

필리핀역외게임사업자(POGO)로 불리는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은 도박이 금지된 중국 본토 고객들을 겨냥한 것이다. 중국인들 투자로 2016년께부터 필리핀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들 업장에서는 밀입국 알선·인신매매, 보이스피싱 등 사기, 성매매와 같은 갖가지 범죄가 벌어졌다.

당국의 단속 과정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군복·훈장·계급장과 총 등도 발견됐다. 중국군 장교들이 조직을 이용해 마약 유통, 멸종위기종 동물 밀매, 밀입국 알선·실행, 돈세탁 등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앨리스 궈는 신병 확보에 나선 필리핀 정부를 피해 9월 해외로 출국,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거쳐 인도네시아로 도피했다. 하지만 자카르타에서 체포돼 필리핀으로 송환됐고 구금 상태에 처했다. 이후 궈는 "사임하지 않고 2025년에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대립하는 나라다. ‘중국인 간첩’이란 이슈가 더욱 뜨거운 이유다. 한국은 어떤가. 국가 의전서열 8위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외교부 국장급인 중국 대사를 찾아가 조아리고 "셰셰"를 외쳤다. 같은 당의 수많은 유력 정치인들은 공개 석상에서 "자유(加油)"를 외치며 중국을 응원했다.

이들은 중국 중앙과 지방의 관리들과 줄을 대기에 혈안이 됐고 미모의 재한(在韓) 중국 여성들이 다리를 놓아 줬다. 간첩이 별게 아니다. 적을 이롭게 하는 자가 바로 간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