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 포기·인권문제 보장 없는 상황에선 진정한 평화 없어"

■ 전문가들, 美 하원 민주당 발의 '한반도 종전선언 평화법안' 허구성 지적 "北, ‘항구적 평화’ 추구하지 않아...자신들 원하는 조건 맞게 한반도 통일하려 해" "평화협정, 北의 핵포기와 침략전쟁 지원 중단, 인권개선 등 '조건부'로 진행돼야" "北의 치명적 도발·적대적 수사로 인해 직면한 문제....공식적 종전선언과는 무관"

2025-03-17     곽성규 기자
북한이 지난 2022년 화상으로 진행한 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의 모습. /연합

최근 미국 연방 하원에서 한국전쟁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한반도 평화법안’이 재발의된 것과 관련해 북한의 핵무기 포기와 인권문제 해결의 보장이 없이는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논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 나왔다. 

앞서 미국 민주당의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민주당 진보 성향 코커스 의원들과 함께 한국전쟁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한반도 평화법안’을 재발의했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국무장관에게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셔먼 의원이 이 법안을 발의한 것은 2021년과 2023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로, 그간 이 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외교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동 폐기와 발의가 반복됐었다.

이에 대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다음날 <미국의 소리(VOA)>와의 관련 인터뷰에서 "셔먼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가족 상봉과 인적 교류, 긴장 완화 등을 포함한 몇 가지 좋은 의도를 담고 있는 제안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 법안의 핵심적인 결점은 북한이 이런 것들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북한은 한반도에서 ‘항구적인 평화’를 추구하지 않는다"며  "북한은 한국을 지배하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끝내며, 자신들의 원하는 조건에 맞게 한반도를 통일하려 한다"고 진단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도 같은날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평화협정 논의는 필요하다"면서도 "북한의 행동에 조건을 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 실험을 위협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는 것을 돕고 있는 상황에서는 평화 협정을 체결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그러면서 "평화협정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지원 중단, 북한 인권 개선 등 조건부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안보 석좌도 같은날 "김정은 정권이 평화에 관심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며 "종전 선언이나 평화 체제 문제에 대한 외교적 교섭을 상상할 수는 있지만, 그런 슬로건들은 북한 핵무기와 인권 침해라는 근본적인 위협이 해결되지 않는 한 그저 허울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인권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어떤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는 그것을 진정한 평화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도 "핵무기와 인권 문제를 고려하면 그것이 그만큼의 성과를 거둘지 확신할 수 없다"며 "북한이 그에 상응하는 반응을 보일 이유가 있나"라고 되물었다.

미 국무부 북핵 6자회담 특사를 역임한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담당 분석관도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기 개발과 간헐적인 치명적인 도발, 그리고 꾸준한 적대적 수사로 인해 한반도에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사실 북한의 본질과 그 군사적 태도의 문제"라며 "공식적인 종전 선언과는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문재인 정부 말기에 이 문제를 매우 진지하게 검토했다"며 "그 당시 평화조약에 버금가는 종류의 선언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선 북한이 관심이 없었으며, 한반도가 직면한 더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