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윤 대통령 심판 퇴임까지 뭉갤 것"...법조인·평론가들 전망

2025-03-13     조남현 기자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 및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열린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왼쪽), 김형두 재판관이 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표정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헌재) 재판관들의 판세를 읽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누구나 짐작하면서도 아무도 직설적으로 말한 적 없던 사실이 최근 법조인과 정치평론가 사이에서 거침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13일 최병묵 정치평론가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민주당이 마은혁 후보자 임명을 몰아붙이고 있다"며 "마은혁(헌법재판관 후보자)을 안 넣으면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이) 안 되겠다는 거 아닌가"라고 짚었다.

최 평론가는 변론 종결 16일에 이른 이날까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이 잡히지 않은 데 대해 "10차례 이상 평의가 있었을 텐데 아직도 선고 날짜가 잡히지 않은 것은 헌재 재판관들이 인용과 기각 또는 각하 의견이 5대 3이라는 것을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직접은 아니겠지만 이 대표에게 헌재 내 판세에 대해 알려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이보다 앞서 전날 정혁진 변호사는 그의 유튜브 방송에서 "이 대표에게는 헌재에 정보원이 있지 않으냐"며 문 권한대행을 비롯하여 이미선, 정계선 등 헌재 재판관들을 거론했다. 문 권한대행이야 이 대표와 가까운 사이의 사법연수원 동기고, 이미선 재판관은 친동생 이상희 변호사가 민변에서 윤 대통령 토진 특위 부위원장으로 활동해 온 인물이며, 정계선 재판관은 그 배우자가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시국선언에 동참한 인물이기 때문에 헌재 재판관들만 알 수 있는 내부 사정이 어떤 식으로든 이 대표에게 전달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부간 또는 자매간에 고민을 나누는 것은 자연스러우며, 가족 간에서마저 헌재 내부 사정에 대한 보안을 지키리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송국건 정치평론가는 정 변호사가 ‘정보원’이라고 지칭한 대상을 ‘빨대’로 표현했다. 송 평론가는 전날 그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이 대표의 표정을 보면 그날의 헌재 분위기를 알 수 있다"며 "이 대표에게 헌재 내부 정보를 건네주는 파이프 역할을 하는 일종의 빨대가 몇 개 꽂혀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송 평론가는 "요즘 이 대표의 표정이 이상해졌다"며 "표정이 확 달라진 시점이 윤 대통령 석방 이후"라고 말했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최근 이 대표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 특히 12일 광화문 앞 천막 농성장에서 비명계 인물들과 이른바 ‘국난 극복을 위한 시국 간담회’을 가졌을 때 찍힌 사진은 그런 표정이 역력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송 평론가는 이 대표의 어두운 표정의 얼굴을 ‘잿빛’으로 표현했다.

정 변호사나 최·송 정치평론가의 말을 종합하면 이 대표가 헌재 내부 사정에는 훤하지만 법원 사정에는 어두웠고, 사정을 안다 해도 법원에 영향력을 미칠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윤 대통령 구속 취소 판결이 내려졌으며, 그에 따라 헌재 재판관들의 판세가 기각 혹은 각하로 기울어버렸다는 것이다. 이에 문 권한대행이 선뜻 윤 대통령 선고를 결단하지 못해 미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최병묵 평론가는 심지어 "(문 권한대행이) 누구 좋으라고 기각을 시키겠느냐"며 "기각을 시키느니 차라리 선고를 하지 않고 자기네들(문·이미선 재판관) 임기 종료인 4월 18일까지 뭉개다가 나가버리면 윤 대통령은 계속 직무 정지 상태라는 내용의 ‘찌라시’도 도는데 상당히 근거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