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맥 단절 위기 여성국극, 국가유산 지정해 보존해야"

유수연 감독, 사비 털어 여성국극 다큐 영화 제작 연로한 91세 1대 배우와 제자 등 일부 배우만 남아

2025-03-12     문은주 기자
영화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의 유수연 감독. /시네마달

"국극이 국가유산으로 지정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 문화를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지만, 하나의 예술 장르로 당당히 인정받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오는 19일 개봉을 앞둔 여성국극 주제의 다큐멘터리 영화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를 제작한 유수연 감독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말 드라마 ‘정년이’의 방영 이후 여성국극이 대중의 관심을 받은 것도 의미가 있지만 한 단계 더 발전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영화는 1세대 배우이자 ‘정년이’의 모델인 조영숙 명인이 3세대 배우들과 ‘춘향전’을 준비하고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담았다.

창극의 한 장르인 여성국극은 1948년 여성국악동호회를 중심으로 조성돼 한국전쟁 이후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서는 영화 산업 발달과 TV의 등장 등에 따라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고 후진 양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급격히 몰락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아흔을 훌쩍 넘긴 조영숙 명인과 그 제자인 황지영, 박수빈 등 극소수 배우들이 힘겹게 여성국극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무대는 지역 축제나 양로원, 노인정, 교도소 등에 머물러 있지만 배우들의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유 감독은 "1년 넘게 지영 씨와 수빈 씨를 보며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왜 이렇게까지 하냐’였다"라며 "스승과 선배에 대한 존경 그리고 무대에서 진짜 내 모습을 보여주고 관객에게서 받는 갈채를 못 잊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유수연 감독은 판소리를 소재로 한 영화 ‘수궁’을 계기로 여성국극에 관해 알게 됐고 곧 그 매력에 빠졌다. 국극을 제대로 다룬 다큐멘터리를 반드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뒤 배우들을 설득해 그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제작과 개봉에 필요한 비용은 대부분 사비로 해결했다.

촬영을 시작하던 2023년 초만 해도 국극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던 때라 제작 지원을 받기 어려웠던 탓이다. 유 감독은 국극을 보존하기 위해 국가유산 지정과 공연 지원, 후진 양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3세대 배우들을 필두로 한 여성국극제작소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상주예술단체로 선정되긴 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유 감독은 "일본 등이 여성 공연을 문화재로 지정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반면 우리나라는 국극의 가치를 등한시하고 있다"라며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관심도 반짝하고 끝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