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들여 왜 보내나...선관위 파견지 재외국민 투표율 더 낮아

2025-03-12     전경웅 기자
2022년 3월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미 로스앤젤레스에서 치른 재외국민 투표 모습. 20대 대선 당시 재외국민 투표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앞질렀다고 중앙선관위는 발표했다. /연합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어학점수 제출도 없이 직원들을 재외국민 투표 담당으로 재외공관에 보낸 사실은 이미 알려졌다. 그런데 선관위가 파견된 곳의 재외국민 투표율이 오히려 안 간 곳보다 더 낮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선관위는 세금 말아먹는 게 업무냐"는 비판이 나온다.

재외동포전문매체 ‘월드코리안뉴스’는 "감사원이 발표한 중앙선관위 감사 결과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재외선거관을 파견한 공간의 재외선거 신고·신청률과 투표율이 재외선거관을 보내지 않은 공관보다 오히려 낮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중앙선관위는 2011년 4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총 7차례에 걸쳐 재외선거관 158명을 재외공관에 파견했다. 파견되는 곳은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오사카, 시드니,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애틀랜타, 토론토, 파리, 자카르타 등 20여 곳이었다. 재외선거관은 외교관 신분으로 5개월에서 3년 동안 현지에 머물렀다.

이들은 2012년 4월 19대 총선과 18대 대선, 2016년 20대 총선과 19대 대선, 2020년 21대 총선, 2022년 20대 대선, 2024년 22대 총선 때 재외국민 선거를 관리했다. 이들은 선거 시행 180일 전부터 재외선관위를 설치하고 재외선거인 등록·국외 부재자 신고 접수, 재외투표소 설치장소 및 운영시간 결정, 선거범죄 단속 등의 업무를 처리했다고 한다.

신문은 "하지만 그동안 진행한 재외선거 결과를 보면 재외선거관이 파견된 지역의 신고·신청률이 파견되지 않은 지역보다 낮았다"고 지적했다. 2012년의 경우 파견 공관 신고·신청률은 4.9%였던 반면 미파견공관 신고·신청률은 19.3%로 거의 4배 차이가 났다. 2024년 4월 총선 때도 파견공관 신고·신청률은 6.2%인 반면 미파견공관은 10.2%로 거의 2배 차이가 났다.

뿐만 아니라 공관 투표율 또한 재외선거관이 파견된 곳이 더 낮았다. 2012년 파견 공관 투표율은 6.1%였던 반면 미파견 공관은 24.5%였다. 지난해 총선 때도 파견공관 투표율은 3.7%에 불과했고, 미파견공관 투표율은 6.8%였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중앙선관위가 재외공관에 직원을 파견한 7번의 선거 가운데 파견공관의 신고·신청률 및 투표일이 미파견공관보다 높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중앙선관위는 갈수록 재외선거관 파견 비용을 높여왔다. 이는 지난해 국민의힘 이만희·장동혁 의원실과 서울신문 보도를 통해 확인됐다.

중앙선관위는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재외선거관 파견에 26억 8600만 원의 예산을 편성·집행했다. 2022년 20대 대선 때는 재외선거관을 1년 동안 보낸다며 31억 500만 원을 편성·집행했다. 2024년 22대 총선 때는 재외선거관 파견 비용으로 33억 1900만 원을 편성·집행했다.

신문은 "재외유권자 수는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인데 중앙선관위는 2012년 이후 2024년까지 재외선거관 파견 예산을 매번 늘렸다"고 지적했다. 실제 2020년 총선 당시 17만 1959명이었던 재외유권자 수는 지난해 총선 때 14만 7989명으로 14% 줄었다. 하지만 선관위는 재외선거관 파견 비용은 더 늘린 것이다.

감사원은 이런 선관위 관행과 관련해 ‘재외선거관파견 전 보직·복무관리 부실 및 선발요건 개선 필요’라는 통보문을 공개했다. 재외공관에 파견될 동안은 외교관 신분인 만큼 어학점수 검증을 받고, 해외 파견된 재외선거관의 근무 등을 제대로 관리하라는 지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