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날개' 단 일론 머스크, 스타워즈 중심에 서다

머스크의 스페이스 X와 미·중·러 스타워즈

2025-03-10     이태현 공학박사

인류의 우주 진출이라는 SF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짧게는 50년 길게는 수백 년 후에 완성될 인류의 거대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특히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가 등장한 이후 그 프로젝트는 현실적인 결과물들을 내놓고 있다. 머스크가 우주 진출에 목매는 이유는 ‘인류 문명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생존을 위한 근본적인 고민’ 때문이다. 그는 "지구에만 의존하는 것을 장기적으로 위험하다. 멸종을 피하기 위해서는 다행성 거주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머스크의 신념을 담은 스페이스 X는 매우 저돌적이고 모험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우주 진출을 둘러싼 미·중·러 등 강대국의 패권경쟁 또한 가시화되고 있다.

스페이스 X 창업자 일론 머스크.

왜 화성인가

일론 머스크와 스페이스 X의 목표는 화성의 테라포밍(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을 지구화시키는 작업)을 통한 인류의 다행성 거주라고 봐도 된다. 머스크는 ‘화성에 미쳤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화성에 모든 것을 올인 하는 모습이다.

머스크는 화성은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유사한 환경을 가진 행성이며, 인류의 지속 가능한 정착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후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온화한 기온, 대기와 중력 조건이 지구와 유사하고 자원 활용 가능성이 있어, 테라포밍을 통해 인공도시를 만들어 인류가 거주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모두 비웃었던 스페이스 X의 꿈

인류 화성 이주의 중심에 있는 스페이스 X는 2002년에 창업한 23년된 회사다. 일론 머스크 특유의 모험적이고 하드코어한 운영을 20년 넘게 해오고 있다.

스페이스 X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과 비용 절감을 통해 성장했다. 그 핵심에 있는 것은 바로 ‘재사용 로켓’이다. 팔콘 9이라는 로켓을 통해 발사 비용을 10분의 1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낮추고, 초대형 우주선인 스타십을 개발해서 화성에 가겠다는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실제로 스타십은 나사(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미국의 유인 달 착륙 및 탐사 계획)의 달 착륙선으로도 선정됐고, 달에 대한 조사를 위한 준비 및 시험 단계를 밟고 있다.

스페이스 X의 성공은 절대 저절로 된 것이 아니다. 초창기, 업계 관계자들은 머스크의 스페이스 X에 대해 철 지난 농담으로 취급하고 비웃었으며 뜬구름이나 잡는 회사로 취급했다.

그도 그럴 것이, 초기에는 잦은 실패를 경험했다. 누구도 관심 주지 않을 때 팔콘 1이라는 로켓이 있었는데, 이 로켓이 세 번의 발사를 연거푸 실패하면서 파산 직전까지 갔다. 그러다가 2008년 극적으로 네 번째 발사가 성공하면서 회사가 생존하게 됐다. 지금의 팔콘 9 로켓은 95% 이상의 발사 성공률을 자랑한다.

스타십 역시 지금 7번째 발사를 하고 있지만, 초기에는 4분 만에 또 8분 만에 터지는 등 좌절의 순간이 있었다. 그런 좌절과 실패를 겪으면서 최근에는 젓가락으로 로켓을 잡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시험 발사 한 번 할 때마다 이전의 에러들을 수백에서 천 개 이상을 잡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페이스 X의 팔콘9.

일반 비행기값으로 우주여행을

스페이스 X는 전 세계 공학도들 취업 선호도 1위의 꿈의 직장이다(2위는 역시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인류가 나아가는 미래, 그 선두에 서 있는 기업의 운전석에 앉는 행운을 어떤 공학도가 마다하겠는가. 스페이스 X에 근무하는 공학 인재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으로, 신속하게 이전의 오류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공학 인재들이 모이는 만큼 기술 경쟁력도 당연히 강하다. 팔콘 9의 1단 로켓 재사용을 통해 기존 발사 대비 10% 수준으로 비용 절감에 성공한 상태인데, 여기서 더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타십 역시 재사용을 통한 비용 효율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비용 절감을 통해 일반인들도 비행기 값 정도로 우주여행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라고 한다.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이라는 거대한 날개를 단 머스크의 스페이스 X는 엄청난 가속화에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정치 외교적인 문제 때문에 장애물들은 점점 많아질 것이고 커질 것이다. 엄청난 비전을 제시하고 실현하려는 프로젝트이다 보니 한편으로는 너무 허황되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스페이스 X에는 여러 이슈들이 항상 따라오지만, 공상적인 측면을 현실화한다는 목표로 나아가고 있는 것을 결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6일 스타십 우주선 8차 발사. 그러나 시험비행에 실패해 공중분해 됐다. /로이터=연합

이미 시작된 미·중·러 우주 패권전쟁

스페이스 X가 유일한 민간 우주산업 회사는 아니다. 스페이스 X보다 먼저 시작한, 아마존 창업자 제프리 베이조스가 만든 블루 오리진도 있다. 하지만 스페이스 X의 경쟁자는 민간 회사인 블루 오리진 등이 아니다. 국가 단위 사업이다 보니 중국이나 러시아와 경쟁하고 있다.

그 중에서 중국은 우주 분야에 있어 빠른 속도로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유명한 국제우주정거장 ISS는 미국 주도로 NASA와 함께 캐나다 항공청, 유럽 항공청, 일본의 JAXA 등이 함께 만들었다. 반면 중국은 중국 혼자만의 우주정거장을 갖고 있다.

중국은 2014년부터 우주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중국 국무원 주도로 민간 영역에 우주산업을 풀었다. 그로부터 현재까지 10여 년간 우주 스타트업들이 대거 증가했다. 많은 중국의 스타트업들이 스페이스 X를 벤치마킹해서 로켓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 중 하나인 중국 우주 스타트업 랜드스페이스(Landspace)의 로켓은 언론에도 많이 보도된 바 있다.

미국은 국제우주정거장 ISS를 2030년 정도까지만 운영하고, 2030년 이후에는 달 궤도 쪽에 루나 게이트(Lunar Gate)를 만들어 운영하겠다고 했다. 향후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와 연계계획이 있고 최종적으로 달 기지까지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역시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국제 달기지 ILRS(International Lunar Research Station)를 세우는 프로젝트 계획을 가지고 있다.

민간 달 탐사선 아테나가 팔콘9 로켓에 실려 발사되는 모습. /로이터=연합

우주, 새로운 군비경쟁의 무대

서로 다른 목적으로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는 만큼, 우주에서 분쟁이 생길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우주 패권경쟁이 심화되면서 자원 확보, 군사적인 이용, 우주 영토권에 대한 문제들이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를 들어 달의 자원을 채굴하는 것과 관련해서 미국은 아르테미스 협정을 통해 우주 자원의 민간 이용을 인정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우주군을 만들고, 중국과 러시아는 위성을 요격하는 공격형 위성까지 만들고 있다. 우주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무력 충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주 공간이 새로운 군비경쟁 무대가 된 만큼 국제적인 규범과 협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조약들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강대국간 경쟁과 충돌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