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의혹 ‘소쿠리 투표’ 책임자, 비판여론 잦아들자 연고지로 영전
2022년 3월 대선 당시 ‘부정선거 의혹’ 근거 중 하나가 코로나19(우한폐렴) 확진자 투표용지 관리였다. 당시 전국 곳곳 투표소에서 코로나 확진자 투표용지를 플라스틱 바구니(일명 소쿠리), 종이박스, 쓰레기봉투, 비닐봉투, 쇼핑백 등에 담아 관리했다.
이로 인해 노정희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사임했다. 그런데 대선과 지방 보궐선거를 이렇게 관리한 중앙선관위 책임자는 연고지 1급 자리에 부임해 계속 근무했다.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 보고서와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는 지난 대선 당시 ‘소쿠리 투표’ 논란이 커지자 같은 해 7월 A씨를 경기선관위 상임위원으로 발령했다. 중앙선관위는 "A 씨 거주지가 강원도 원주인 점을 고려해 비연고지로 발령한 문책성 인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난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자체 감사를 실시한 뒤 같은 해 12월 A 씨에게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렸다. 여론이 잠잠해진 2023년 7월 중앙선관위는 A 씨를 충북선관위 상임위원으로 발령했다.
광역지자체 선관위 상임위원은 1급이다. A 씨는 충북선관위가 위치한 청주 인근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에 따르면 A씨는 올해 충북 선관위에서 정년퇴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런 조치에 대해 감사원은 "징계 처분을 하면서 비연고지로 발령하기로 해놓고, 이후 연고지로 다시 발령해준 것은 특혜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당초 선관위 상임위원은 교수, 법조인 등 외부인사도 임명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선관위는 "4급 이상 공무원 중 선거사무에 7년 이상 종사한 사람"이라는 내부 규정을 만들어 외부인사 임명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재외국민 투표 관리를 위해 해외로 파견할 선관위 공무원(재외선거관)을 선발할 때 어학점수 제출을 생략했다. 재외공관에 파견되는 선관위 직원은 외교관 신분이기 때문에 외교부 예규에 따라 토익 점수 790점 이상 등 일정 수준의 공인영어성적 또는 파견 대상국 언어시험 성적을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선관위는 "재외선거 사무 특성상 외국어 능력보다 선거관리 능력이 중요하고, 한국어를 구사하는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업무를 한다"며 외교부에 "재외선거관에 대해서는 외국어 시험 점수를 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동시에 2015년 4월 선관위 공무원 재외공관 파견 규정을 개정해 2년 미만 단기 재외선거관은 외국어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파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지난 10년 간 97명이 이런 과정을 통해 어학점수 제출 없이 파견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