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혁 임명 보류 위헌 결정에...법조인들 "헌재, 법 위의 존재 아니다"
헌재 정치지형 尹 탄핵 심판에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 관건은 여론...3·1절 탄핵반대 집회 규모 더욱 커질듯
헌법재판소(헌재)가 27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가 헌재법은 물론 법치주의의 핵심이 절차적 정당성이라는 법 원칙을 위배했다는 강력한 비판이 나온다.
헌재는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 대행을 상대로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에서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 헌재 구성권과 재판관 선출권을 침해하는지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최 권한대행이 국회가 작년 12월 26일 헌재 재판관으로 선출한 마은혁을 임명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의하여 부여된 국회의 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재 구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게 된 때부터 헌법 및 국회법 등을 위반한 하자가 없는 이상 재판관을 임명해, 재판관 공석 상태를 해소함으로써 헌법재판소 구성을 완성해야 할 구체적인 의무를 부담한다"고 했다.
다만, 마 재판관에 대한 지위 확인은 권한쟁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각하했다. 헌재는 국가기관 간 권한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역할을 할 뿐 법적 지위나 관계를 결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별개 의견을 냈다. 국회의장이 국회를 대표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본회의 의결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별개 의견은 전체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그 근거가 다를 때 기록으로 남겨놓는 것이다. 정면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소수 의견과는 다르다.
전원책·서정욱·정혁진 변호사 등 법조인들은 그간 줄기차게 각하를 주장해 왔다. 국회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 주체는 국회의장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회는 회의체이므로 본회의를 열어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의제로 의결해야 하는데 우 의장이 이러한 절차를 무시한 채 의장 본인 이름으로 청구한 것은 각하가 마땅하다는 이야기다.
최진녕 변호사는 이날 YTN에 출연하여 헌재 선고에 대해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고, 설령 인정된다 하더라도 의견 자체가 나뉠 가능성이 높다고 봤는데 여덟 분 모두 전원일치로 결정했다는 점이 저한테는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그 이유에 대해 "헌법에 9명으로 구성된 것이 헌법재판관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인데 실질적으로 두 조문의 규정이 다르다. 중앙선관위 같은 경우에는 3명, 3명, 3명을 각각 추천하는 기관이 임명하는 것이고 헌법재판관 같은 경우 각각 추천하더라도 국가 원수로서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았다고 해서 위헌이라는 것은 법리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어쨌든 헌법재판소가 이와 같은 결정을 했다는 점에서는 존중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렇게 결정했다고 해서 대통령 또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당연히 임명해야 하는지는 별개"라고 덧붙였다.
정준길 변호사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헌재가 그런 결정을 한 건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그건 필연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인용에 필요한 6명을 더 쉽게 확보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진단했다.
이제 모든 시선은 헌재의 결정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어떻게 작용할지로 쏠리고 있다. 최상목 권한대행이 윤 대통령 심리에 참여하지 않은 마 후보자를 임명할 경우 헌재는 종결된 변론을 재개하여 변론 갱신 절차를 거쳐야 해 헌재의 선고가 늦춰질 수 있다. 그러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죄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먼저 나올 수 있어 이 대표의 대선 출마가 어려워질 수 있겠지만 윤 대통령 탄핵 인용 가능성은 크게 높아진다. 다만 최 권한대행이 한덕수 국무총리 조기 복귀를 염두에 두어 마 후보자 임명을 미루고,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임명을 보류할 경우 헌재는 현재의 8인 체제로 선고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이번 권한쟁의 심판에서 별개 의견을 낸 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들 세 재판관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심판에서 기각 의견을 낸 데 이어 이번에도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의 헌재법 위반에 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준길 변호사는 "3명의 재판관이 비록 별개 의견을 내긴 했으나 권한쟁의심판 청구의 하자가 치유된 것으로 보아 전원일치 판결에 동의했기 때문에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배승희 변호사는 이날 "결국 이들 3명의 재판관이 소신을 지킬지는 탄핵 반대 여론이 얼마나 결집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