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은 천혜의 휴양지였다...거대 바다와 모래 해변 증거 찾아
건조하고 황량한 붉은 행성 화성이 한때 하와이 뺨치는 해변 휴양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과학자들이 화성 탐사 로버의 데이터를 분석해 지구와 견줄만한 바다가 존재했고, 햇살이 내리쬐는 해안선을 따라 잔잔히 파도치는 모래 해변이 즐비했었다는 증거를 찾아냈다. 이는 과거의 화성이 생명체 친화적인 환경이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중국 광저우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UC 버클리 공동 연구팀은 지난 25일 과학 저널 미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화성 북반구의 지표면 아래에서 이곳에 거대한 바다가 있었음을 알려주는 퇴적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견은 중국의 화성 탐사로버 주룽(祝融·Zhurong)이 보내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주룽은 지난 2021년 5월 화성 북반구의 유토피아 평원(Utopia Planitia) 남부에 있는 넓은 저지대인 ‘바스티타스 보레알리스(Vastitas Borealis)’에 착륙해 1년간 탐사 활동을 벌였다. 이곳은 화성의 대기층이 지금보다 두껍고, 기후도 따뜻했던 40억년 전 ‘헤스페리아 해(Hesperian ocean)’로 명명된 고대 바다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제기돼온 지역이다.
주룽은 저주파와 고주파 레이더를 모두 사용해 지하의 물체는 물론 암석층·퇴적층 간의 경계 등 불규칙한 특징까지 감지하는 지표투과레이더(GPR)로 고대 해안선으로 추정되는 지역 1.9㎞를 이동하며 지표면 아래 최대 80m까지 탐사했다.
데이터를 검토한 연구팀은 전체 경로를 따라 지표 10m~35m 아래에서 두꺼운 층상 구조를 확인했다. 이 구조는 약 15도 각도로 해안선 추정지인 위쪽을 향하고 있었는데, 이는 지구의 해변 모래 퇴적물과 매우 흡사한 양상이다. 지구에서 이 구조는 대개 퇴적물이 조수와 파도에 의해 큰 수역으로 운반될 때 형성된다. 또한 이 층상의 입자를 분석했더니 크기가 지구의 모래와 일치했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벤자민 카르데나스 교수는 "이 결과는 예전의 이 지역이 공기와 물의 역동적인 경계, 다시 말해 바람과 파도, 모래사장이 있는 제대로 된 휴양지 스타일의 해변이었다는 뚜렷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교신저자인 UC 버클리 마이클 맹거 교수도 "이 퇴적물 구조는 모래 언덕이나 충돌 분화구와 다르고, 용암이 흘러내린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며 "이 지형들의 방향과 경사는 오랜 기간 바다에 의해 형성된 모래 해변 지층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앞서 미 항공우주국(NASA)의 ‘퍼서비어런스’ 로버 등이 화성의 표면에서 강과 삼각주, 호수의 증거를 찾은 적이 있지만 얼지 않은 액체 바다의 물증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화성 고대 바다의 크기가 행성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지구에서 이 정도의 퇴적물이 형성되는 데는 수백만 년이 걸린다는 점에서 화성 역시 생명체가 출현하고 번성할 수 있는 따뜻하고 습한 시기가 수천만 년간 지속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카르데나스 교수는 "화성의 해안선 퇴적물은 지하에 깨끗한 상태로 보존돼 있고, 해안선은 생명체의 증거를 찾기에 좋은 장소"라며 "이곳은 추후 화성 생명체 탐사를 위한 매우 독특한 데이터 세트"라고 강조했다.
화성의 기후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미 화성에서 액체 상태의 물과 생명체를 발견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어쩌면 지금쯤 화성에 리조트를 세워 바캉스를 떠나는 미래를 그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화성의 거대 바다는 어떻게 사라진 걸까. 연구팀은 기후가 변화하면서 약 10억년 내에 벌어진 일로 예상한다. 일부 물은 우주로 배출됐을 개연성이 있으며, 상당량은 얼음의 형태로 지하에 갇혀 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카르데나스 교수는 "지금껏 우리는 화성을 정적인 스냅샷 이미지로만 떠올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화성은 역동적으로 진화하고 있었다"며 "이러한 유형의 퇴적 지질학은 화성의 풍경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넓혀줄 중요한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