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주당파와 국민의힘
중국 베이징에는 경서빈관(京西賓館)이라는 유서 깊은 장소가 있다. 1964년에 완공된 이 고급 호텔은 중국 공산당의 주요 회의와 국가 행사, 고위급 회담이 열리는 공간으로 활용되어 왔다. 경서빈관에서 열리는 중국 공산당의 각종 행사에 ‘민주당파’가 초청되는 사례도 종종 목격된다.
중국의 민주당파(民主黨派)는 공산당의 통치 아래 존재하는 비공산당 계열 정당과 정치단체를 지칭한다. 이들은 공산당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서구식 다당제는 아닌 ‘통일전선’이라는 틀 안에서 운영되며, 대외적으로는 중국에도 다양한 정치세력이 공존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과시하는 데 활용된다.
현재 총 8개의 민주당파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중국농공민주당(1930년 창설), 중국국민당혁명위원회(1948년), 대만민주자치동맹(1947년) 등이 있다. 이들 정당은 제2차 국공합작 및 중일전쟁 시기(1937년~1945년) 국민당과 공산당에 협력해 일본군에 항전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은 국민당 장제스의 독재와 공산당의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모두 배격하며, 합리적 중도 세력을 대변하는 정치 집단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했다(한국에서 많이 듣던 소리다). 하지만 이들은 마지막에 당시 대세인 공산당을 지지하게 됐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월 24일, 서울역에서 고향으로 향하는 시민들을 만났다.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대합실에서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행사는 불과 20분 만에 마무리됐다.
행사 도중 시민들로부터 "윤석열 대통령 혼자서 싸우는데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나쁘다" "대통령이나 지키지 왜 여기 와서 이러느냐"는 등 냉담한 반응이 쏟아졌다. 한 시민은 지도부를 향해 "국민의힘 해체하라" "당신들 때문에 설 명절이 불편하다"며 직접 항의하기도 했다.
자기들이 세워 당선시킨 대통령의 탄핵과 체포, 기소를 ‘소 닭 보듯’ 지켜본 카멜레온 같은 정당, 국민의힘. 구속 중인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으로 당의 지지율이 동시에 오르자, 조기 대선과 개헌에만 넋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향하는 정치란 과연 무엇일까? 혹시 중국의 민주당파처럼 권위주의 독재 체제에 기생하며 경서빈관 같은 고급 호텔에 들락거리는 어쭙잖은 안락함을 누리는 것을 정치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국민의힘 행태를 지켜보며 이러한 의심이 점차 확신으로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