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정상화돼야 對美 외교 풀린다
우려하던 일이 결국 터진 것 같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LG 등 한국 10대 대기업 경제사절단이 미국에서 홀대 받고 돌아왔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 장관은 최근 미국을 방문한 한국 경제사절단과의 면담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가 이틀 뒤 지난 21일(현지 시간) 겨우 30분가량을 할애해 만나주었다. 그는 "각자 10억 달러씩(1조4000억 원) 내면 익스프레스(express·급행) 서비스를 해주겠다"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트럼프 2기 정부 ‘관세·무역 전쟁’의 선봉장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제일주의’는 우리에게 억울한 면이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 등이 지난 8년간 1600억 달러 이상을 미국에 투자했다. 미국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를 80만 개 넘게 만들어주었다.
트럼프가 아무리 바이든을 미워한다 해도 이런 식으로 홀대하는 건 너무한 게 사실이다. 아닌 말로, 우리는 바이든 때 뜯기고 트럼프 때 왕창 뜯기는 거 아닌가. 우리 청년들 일자리를 미국이 가져가면 상호 호혜적 태도로 나와야 상식 아닌가.
하지만 어쩌겠나. 우선은 소낙비를 피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우리의 정치 상황에 있다. 정치가 먼저 정상화돼야 대미 경제외교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는데, 대통령은 감옥에 있다. 권한대행은 아무도 국가원수로 대우해주지 않는다.
국제관계에서 정치와 경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지난해 12월 일본의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을 플로리다 자택에서 만나 10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AI 분야 10만 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한 달 보름 후 지난 7일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총리가 직접 1조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밝히면서 톱다운(top down·하향식) 방식으로 대미 외교를 깔끔하게 끝냈다. 선행된 손정의의 경제외교 덕분에 이시바의 정상회담도 크게 성공한 것이다.
우리는 대통령이 없으니 대기업 경제사절단이 총동원 돼도 상무장관에게 수모를 당했다. 대통령의 구속 상태를 좋아할 사람은 이재명과 민주당 떨거지들, 그리고 김정은 정권밖에 없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내란죄 취소된 불법 문건을 들고 고민할 게 아니라 탄핵소추건을 즉시 국회로 돌려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