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由칼럼] AI 예측 이재명 다음 발언 "오른쪽이라 하니 진짜 오른쪽인 줄 알더라"

2025-02-20     정기수 前 경향신문·시사저널 기자
정기수

오늘 한 말을 내일 손바닥 뒤집듯 바꿔 버리는 사람과의 논쟁은 무의미하다. 말 가치가 10원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는 거짓말 도발을 즐기고, 그의 견제 세력은 그것을 비판하는 척한다. 언론도 그것을 충실히 중계해준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 정치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표변과 선동이 주식(主食)이다. 그래도 배탈 한 번 나지 않고 멀쩡하다. 선거 후엔 몸집이 더 불어난다. 표 주는 사람들도 문제다. 우리는 언제 이 풍토를 갈아엎을 수 있을까?

민주당 대표 이재명이 매일 ‘우클릭’ 발언으로 신문 한 면을 독차지하고 있다. 그것이 중도층 환심을 사려는 수작임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도 속임수란 걸 알고 한다. 한 명이라도 속이면 그게 이익이라고 보는 뜨내기 상대 장사꾼이다.

그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비호감도 1등으로 조사됐다. 조기 대선이 이뤄진다면, 그를 절대로 안 찍겠다는 국민이 열에 넷이 조금 넘었다. 그런데 가장 최근 조사에서 그보다 이준석이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아마도 보수우파의 절대 다수와 중도·젊은 층 많은 여성들이 그렇게 응답한 탓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은 혐오도 순위 역전에 안도할 수 없다. 양자 대결로 가면 51%를 가져와야 하는데, 45%(이준석)는 아니어도 41%가 결코 안 찍겠다고 하니 비상이다. ‘쌍방울 내복’만 입고 춤이라도 추라고 하면 추고 싶은 마음이겠다. 그래서 쏟아내는 게 오른손잡이 호소다.

중국에 '셰셰' 하면 되고, 비상계엄 탄핵 사유로 북한·중국·러시아 적대시 문구도 넣었던 사람이 느닷없이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일본에 우호적인 표현을 썼다. 상속세도 완화한다, 몰아서 일 왜 못 하냐고 하는데 할 말 없더라, 기본 사회 공약 없던 걸로 하겠다, 라는 입에 침도 안 바른 아무말 대잔치로 트럼프 식의 대혼란, 분탕질 전략을 폈다.

그러다 내부에서 "그러면 안되죠, 잉?" 소리가 나오고, 말해놓고 보니 본전 생각이 드는 포퓰리즘(25만 원 살포, 지역 화폐 등) 건들은 간단히 또 뒤집어 버린다. 360도 회전으로 없던 일이 된다. 이게 이재명이다.

급기야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 앞으로 민주당은 중도 보수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라는 말까지 했다. 하다 하다 진영 문패까지 바꾸려 한 것이다. 이런다고 믿어 줄 사람 있을까? 이러다 "우리는 사실 보수우파"라고 할 날도 곧 올 것 같다.

비명계 인사들이 기다리던 장이 섰다는 듯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이재명을 간접 비판만 하며 잽 날리는 데 자기들도 멋적어하던 차였다. 민주당 ‘3김’ 중 합리적이고 중도우파적 이미지인 김부겸이 자신의 ‘나와바리’(영역) 침범을 월권이라며 삿대질했다. "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며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다. 진보의 가치를 존중하며 민주당을 이끌고 지지해 온 우리 당원과 지지자들의 마음이 어떻겠나?" 비명계 모임이라는 초일회도 "유승민이나 안철수하고 통합하면 딱 맞겠다"라고 중도층 확보를 위해 하루아침에 정체성을 바꾸는 사당화 현상을 비아냥댔다.

그러나 이들의 성토는 잠깐 소란스러워지다 말고, 대세가 이재명으로 기울면 납작 엎드릴 것이라고 보는 건 맞을 확률 99%다.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 때 그랬다. 그저 표 많은 쪽으로 몰려가고 힘 센 쪽에 붙는 표변족들 아닌가?

이재명은 트럼프가 취임하자 그를 노벨상 후보로 추천하겠다는, 트럼프도 놀랄 깜짝 아부 발언을 진상했다. 그의 "북미 대화 재개 노력을 지지할 것"이라면서다. 참으로 놀라운, 트럼프보다 계산이 훨씬 빠르고 얼굴도 두꺼운 ‘타고난 상인의 현실 감각’(김대중 어록)이다.

하지만 그에겐 김대중이 상인에 앞서 제시한 ‘서생의 문제의식’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슨상님’의 순발력과 말솜씨는 많이 배웠다. "내가 오른쪽이라고 하니 진짜 오른쪽인 줄 알더라"라는 화룡점정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