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헌재 폭거'에...법조인·정치평론가 한목소리로 비판

2025-02-19     조남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9차 변론기일인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경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

20일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10차 변론 기일에서 내란 프레임과 탄핵소추의 트리거가 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증언과 메모가 오염되거나 조작되었다는 사실이 재차 확인될 가능성이 높을 거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문형배 헌법재판소(헌재) 소장 권한대행의 무한 폭주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19일 많은 법조인은 물론 정치평론가가 헌재의 ‘폭거’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헌재는 전날 9차 변론에서 10차 변론 기일 연기와 피의자 진술조서에 대한 이의 신청 등 윤석열 대통령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20일에 탄핵 심판 외에도 형사재판 공판 준비 기일이 잡혀 있었고, 동시에 같은 법정에서 구속 취소 심리가 열리게 되어 있어 헌재에 10차 변론 기일 연기를 요청했지만, 문형배 헌재는 오후 2시로 정해진 심판을 냉정하게 거부했다. 다만 변호인의 호소에 1시간 늦춰주었을 뿐이다.

윤 대통령 측 조대현 변호사는 이날 피의자 진술조서를 국회 측이 증거로 제시하자 이의를 제기했다. 헌재 법정에서 피의자 진술조서를 증거로 쓰려면 윤 대통령 측이 직접 신문할 수 있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준용을 규정한 헌재법에 따른 것이다. 조 변호사는 "(피고인 측이 인정하지 않은 것을)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는 것을 탄핵 심판에서 (피소추인 측이) 증거로 썼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는 이러한 이의 제기가 법률적으로 지극히 상식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재판장인 문 헌재 권한대행은 "4차 기일에 결정이 이루어졌다"며 "지금 이의 신청은 기간을 놓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조 변호사는 다시 "서류에 대한 증거지, 진술 내용(에 대한 증거 채택)이 아니었다"며 "진술서 내용은 증거 능력이 없다"고 거듭 말했다. 그러나 문 대행은 답변 없이 국회 측을 향해 "계속하라"고 했다. 조 변호사는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재판정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전원책 변호사는 19일 문 대행이 ‘4차 기일에 결정됐다’거나 ‘이의 신청은 기간을 놓쳤다’며 이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 "헌재가 증거로 채택한 피의자 진술조서 내용을 윤 대통령 측이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느냐"며 "억지"라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10차 변론 기일 연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해서도 "문형배는 (윤 대통령에게) 오전에 형사 법정에 참석하고 서둘러 헌재로 오라는 것"이라며 "명색이 일국의 대통령인데 형사재판과 헌재 재판 일정이 잡혀 있음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송국건 정치평론가는 "문형배가 ‘변론 기일에 당사자와 재판부, 증인의 일정을 다 고려해야 하는데 (변론 기일을 연기하면) 일정을 다 바꿔야 하므로 어렵다’고 했는데, 그러면 처음부터 변론 기일을 20일로 잡으면 안 되는 거 아니냐"라고 일갈했다.

법조인들은 한결같이 ‘헌재가 처음부터 계속하여 불법 부당하게 탄핵 심판을 이끌어 왔다’고 지적하며 오늘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한덕수 국무총리, 조지호 경찰청장 등의 증인 신문 결과와 상관없이 문 대행을 비롯한 좌파 재판관들이 헌재를 주도하면 선고가 어떻게 내려질지 알 수 없다고 우려한다. 이에 문 대행이 지난 14일 8차 변론 기일 당시 재판 진행 대본을 흔들며 태스크포스(TF)에서 써 준 대로 재판을 진행한다고 한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정욱 변호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권 당시 좌파 성향의 연구관이나 연구원이 대거 기용되었다. 서 변호사는 "문 대행이 TF를 내세워 자신이 독단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지만 문 대행이 이들 좌파 성향의 연구관이나 연구원 가운데 핵심 인물 10여 명으로 TF를 꾸렸을 것이므로 결국 문 대행 자신의 의중에 따라 대본이 짜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문 대행의 불법 부당한 재판 진행이 그 자신의 뜻에 의한 것이라는 뜻이다.

송국건 평론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문형배의 뒤에는 이재명(민주당 대표)이 있다"고 단언한다. 이 대표의 사법 시계가 빨라질수록 문 대행의 과속과 불법 부당한 재판 진행도 계속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백지연 전 국민의힘 상근 부대변인도 이날 펜앤드마이크에 출연해 "(문형배 헌재가) 정해 놓은 결론을 향해 치달아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내란 프레임이 무너졌음에도 문 대행이 헌재법까지 어겨가며 탄핵 인용으로 몰아가는 상황에서 기대할 실낱 같은 희망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기각 결정을 내린 4인의 재판관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