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책 ‘국민이 먼저’에 감춰진 속내

2025-02-19     자유일보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한동훈의 선택-국민이 먼저입니다>라는 책을 출간하며 정치를 재개한다. 한동훈의 정치 재개는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둔 포석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가 국회에서 통과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데 대한 책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어, 그의 정치 재개와 대선 출마가 무난하게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한동훈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오랜 세월 직장 선후배를 넘어 형제 관계나 마찬가지로 여겨졌던 윤 대통령을 결정적인 순간에 ‘등 뒤에서 칼을 꽂은’ 배신의 정치인으로 보는 것이다. 우파 시민들은 ‘배신’이라는 단어에 특히 민감하다. 충효 등 전통적인 윤리를 중시하는 성향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7년 김무성과 유승민 등 여당인 새누리당 리더들이 앞장서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통과시켰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 우파 시민들은 유승민 등의 ‘배신’을 결코 잊은 적이 없다. 우파 진영의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였던 두 사람이 끝내 ‘탄핵의 강’을 건너 정치적으로 부활하지 못한 것도 우파 시민들의 이런 분노 때문이다.

한동훈도 이런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에 출간하는 책 제목을 ‘국민이 먼저입니다’라고 뽑은 것에서도 내심이 읽힌다. 국민의힘 지지층이나 당원의 시각 따위는 개의치 않고 자기 하고 싶은 일 즉 정치 재개를 단행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봐야 한다. 한동훈이 말하는 ‘국민’은 사실상 ‘우파 시민들은 빼고’라는 수식어가 슬쩍 감춰진 개념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정치에서 ‘국민’은 최종 목표이자 추상적 개념일 뿐 구체적인 실체가 아니다. 현대 정치는 정당 정치이며 당원이야말로 정치적 실체이다. 정치인이 국민을 강조하는 것은 이런 교과서적 상식을 결여했거나 아니면 메시지에 구체적인 내용을 결여했기 때문이다. 한동훈의 경우 정치적 배신이라는 구체적 진실을 ‘국민’이라는 추상으로 덮어버리려는 의도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게 차이일 것이다.

본인 입으로 ‘출판기념회를 통한 모금 금지’를 정치 쇄신안으로 냈던 한동훈인데 그 팬카페에서는 단체 구매 독려를 하고 있는 점, 좌파 정치인들 책을 주로 출간해왔던 출판사에서 책을 냈다는 점 등은 건너뛰자. 한동훈의 중차대한 문제들에 비해 이런 사항들은 곁가지일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