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반대하던 엄마, 지금은 지지" 품새 신동 변재영
작년 세계대회서 자유 품새 우승하며 인기몰이 한국인 아버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다문화 정체성이 경쟁력...'공인 품새'에도 도전"
"어머니는 원래 제가 태권도를 하는 걸 강하게 반대하셨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팍팍 밀어주십니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태권도 선수 변재영이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다른 아이들처럼 부모 손에 이끌려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던 변재영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우연히 본 태권도 시범단 K타이거즈의 동영상을 보고 선수의 꿈을 가졌다. 초창기에만 해도 어머니의 반대가 컸단다. 돈도 많이 들고 부상의 위험도 크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태권도를 배운 지 3년 만에 국제 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 만큼 재능을 드러내자 오히려 어머니가 든든한 지원군으로 응원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변재영은 최근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자신의 성장 스토리를 전하는 등 ‘태권도 품새 신동’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홍콩 콜리세움에서 열린 2024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서 변재영은 17세 이하 남자 프리스타일(자유 품새) 결선에서 9.54점을 기록하며 정상에 올랐다. 자유 품새는 태권도 품새 경기 중 하나로, 공인 품새와 달리 고공 연속 발차기, 회전 발차기, 아크로바틱 킥 등 자유로운 동작들을 구성할수 있는 품새를 말한다. 이날 변재영은 음악에 맞춰 공중으로 약 3m 뛰어올라 8차례 발차기를 한 뒤 안정적으로 착지하는 등 고난도 아크로바틱 기술을 선보였다. 우승이 확정되자 태극기를 들고 ‘1080도 발차기’를 세리머니로 선보여 관중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변재영은 "오히려 국내 대회보다 긴장을 덜 했다"라며 "안되는 기술 위주로 연습하고, 부상도 틈틈이 관리하다 보니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변재영은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평소에는 ‘다문화 2세’라는 사실을 잊고 살지만 가끔 외국인 아니냐는 말을 들을 때 한번씩 실감하곤 한단다. 상처를 받을 법도 하지만 변재영은 오히려 다문화 정체성이 자신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한다. 양국 음식을 골고루 먹고 문화도 배울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 맞벌이로 뒷바라지해주시는 엄마·아빠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변재영은 ‘공인 품새’에도 도전장을 낼 계획이다. 공인 품새는 태권도 수련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태권도 기술의 정수다. 변재영은 "일단 상반기에 열리는 ‘아시아 청소년 태권도 품새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목표"라며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