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양문형 냉장고 유럽 시장에 우뚝
일본과의 협력-경쟁의 역사를 보여주는 삼성의 성취
독일 유력 소비자 매체 스티바의 제품평가에서 삼성전자 양문형 냉장고가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1월 유럽에 출시된 이 모델은 스티바 12월호에서 함께 평가를 받은 9개 모델 가운데 최고점을 받았다.삼성 양문형 냉장고에 적용된 7개 평가 항목 중 ‘냉장·냉동 성능, 온도 안정성 부문에 최고 등급인 ’매우 우수‘, 에너지·소음은 ’우수‘ 등급이 부여됐다.
해당 제품은 단열 두께를 줄이고도 냉기를 잘 보존하는 기술로, 넉넉한 내부 공간이 자랑이다. 또 냉장실과 냉동실을 독립적으로 냉각하는 트윈 쿨링 플러스 기능, 냉장실과 냉동실을 5가지 모드의 조합으로 변환해 사용하는 스마트 컨버전 등을 탑재했다. 전통적 가전 강자인 유럽 브랜드를 제치고 연이어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도 지역별 특성에 맞는 최고의 제품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삼성 측은 포부를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받는 몇몇 한국 가전이 있지만 삼성의 위상은 특별하다.싼맛에 쓰거나 그저 가성비가 좋아 쓰는 제품이 아니다. 진정으로 고급제품 대우를 받는다는 현실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1971년 삼성 흑백 TV를 파나마로 선적한 것을 기점으로, 삼성전자는 해외 수출 역사의 기념비적 기록을 쌓아갔다. 삼성이 본격적인 전자제품 수출 강자로 변신을 모색한 것은 88서울 올림픽 직후부터다. 결국 1995년 삼성전자는 국내 단일 제조업체로는 사상 최초로 연간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했다.
기본 기능만의 냉장고라면 초보적 기술로도 가능해, 왠만한 나라에선 독자 브랜드를 가지고 자국 시장을 점유하는 경우가 많다. 일상생활 속 냉장고의 절대적 필요도와 존재감은 지구촌 가전 시장에서 그치지 않을 경쟁을 낳을 것이다. 끝없이 진화해야 새로운 기능·편의,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한때 전 세계 가전 수출강국이자 한국의 선배격이었던 일본의 경우가 흥미롭다. 인구 1억3000 시장의 극심한 내수 의존도로 ‘외산 가전의 무덤’이라 불리더니,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에게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전진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언제 추월 당할 지 알 수 없다.반면교사로 삼아할 할 역사다.
삼성은 일본을 가장 진취적으로 활용한 기업이다. 기술 및 자본 도입선일 뿐 아니라 국내외 경제 및 경영정보를 수집하는 창구로 일본을 대하며 삼성의 경영에 적극 활용했다. 모방과 학습 역시 기술도입의 한 부분이므로 매우 치밀한 전략이 요구된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은 일본으로부터 배우고 모방하기를 전략적으로 해 낸 기업가다. 간절히 일본을 추월하고 싶어 했다. 그가 만든 토대가 끝내 다음 세대의 ‘극일’로 이어졌다. 삼성 냉장고가 유럽에서 낸 성과는 삼성의 가전 역사와 일본과의 협력 및 경쟁의 역사를 돌아보게 만드는 의미있는 성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