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개헌 의혹’ 욕 먹은 與…대신 ‘국회해산권 개헌 카드’ 만지작

2025-02-11     전경웅 기자
지난 9일 권영세 당 비상대책위원장 요청으로 열린 4선 이상 중진의원 비공개 만찬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들. 16명의 의원이 비공개 만찬에 참석했다고 한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이 시작된 뒤 ‘내각제 개헌 추진 의혹’으로 많은 비난을 받은 국민의힘이 "내각제 개헌은 안 할 것이고 할 수도 없다"고 못을 박았다. 국민의힘은 대신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을 주는 개헌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이 ‘내각제 개헌’을 절대 하지 않겠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은 지난 9일 권영세 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소집한 4선 이상 중진 비공개 만찬으로 알려졌다. 채널A와 매일경제 등에 따르면 9일 오후 6시부터 서울 여의도에서 있었던 만찬에는 주호영, 김기현, 윤상현, 나경원, 안철수, 윤재옥 등 중진의원 16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국힘 중진의원들은 ‘내각제 개헌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정했다. 국힘 고위 관계자는 "우리 당에서는 의원내각제 형태 개헌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내각제를 지지하는 사람이 전체 국민 가운데 5%도 안 되는 현실에서 현재 언급되는 개헌 논의에 내각제를 꺼내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만찬에서는 최근 국민의힘도 내각제 개헌을 하려 한다는 소문에 대해 "국힘이 개헌안으로 내각제를 내세우고 있다는 인식은 오해"라는 시각을 공유했다고 한다.

만찬에 참석한 중진의원은 "내각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그 이유는 국회의원 신뢰도가 가장 바닥이고 추진했다가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른 중진의원은 "백가쟁명식 의견 교류가 있었지만 의견이 하나로 모아진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내각제 개헌 가능성은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중진의원은 "당원들 가운데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 내각제로 개헌하려고 한다는 오해를 하는 분이 많았다"며 "이런 정국에 국회의원들이 정권을 가지려고 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원들 중 내각제로 바꾸자는 의견을 가진 사람은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중진의원 중 한 명인 나경원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반환·국회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에게 의회해산권을 주는 개헌을 하자"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현재 국회 상황을 두고 ‘제왕적 의회’라고 꼬집었다. 그는 "29번의 줄 탄핵, 일방적인 예산 삭감 등 민주당이 중요 상임위원회 모두를 독식한 결과"라며 "제왕적 의회에 대한 견제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 국회는 막강한 탄핵권을 갖고 있다"며 "여기에 대한 견제장치로 대통령에게 의회해산권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의회해산권은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국가에만 있고 대통령제 국가에는 없다"는 지적에 대해 나 의원은 "그 말이 맞지만 실질적으로 우리나라 대통령제는 의원내각제가 가미된 것이어서 (대통령의 의회해산권 부여를) 할 수 있다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분위기가 이처럼 바뀐 데는 지난 2월 1일 부산역 광장집회와 8일 동대구역 광장집회와 젊은 층의 대거 참석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두 대규모 집회에 엄청난 인파가 몰렸고, 여기에 2030세대가 대거 자발적으로 참여한 분위기에 국힘 또한 현재 상황을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9일 만찬에 참석한 한 중진의원도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했던 윤재옥 의원이 집회 분위기에 대해 설명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