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나라 위기라는 판단에 따라 계엄…헌법 범위 내 이행"

2025-02-10     정수현 기자
10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면회를 마친 뒤 보도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성민 의원, 김기현 전 대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이철규, 정점식 의원.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찾아온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 12·3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다시금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년들에 대한 신뢰를 거듭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김기현·추경호·이철규·정점식·박성민 의원 등을 이날 윤 대통령 접견을 마친 뒤 "계엄은 나라가 여러 위기에 있다는 대통령의 판단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며 "대통령은 헌법 절차 내에서 모든 게 이행됐음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내란죄 형사재판의 핵심 쟁점인 계엄 선포의 의도를 두고 윤 대통령이 직접 헌법에 따른 통치행위였다는 점을 또다시 부각한 것이다.

김기현 의원은 윤 대통령 접견을 통해 수첩에 적어 온 내용을 전하면서 "우리가 듣기에 매우 타당했다"며 "윤 대통령에게 많은 국민들이 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는 걸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날이 추운데 당 지도부는 중앙정부, 의원과 각 당협은 지방자치단체와 잘 협력해서 어려운 분들, 자립 청년, 영세 자영업자를 잘 챙겨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탄핵 반대 집회에 나서는 지지자들 중 2030세대가 많이 포함된 것을 두고 "국민들, 특히 청년들이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 다행"이라며 "여당이 이런 자유수호 및 주권회복 의식과 운동을 진정성 있게 뒷받침하면 국민의 사랑을 받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 의원은 전날 동대구역 앞에서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린 것과 관련해서 "많은 국민께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에 공감하고 계신다는 뜻을 전달해 드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과 관련해선 윤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여당 소속 의원들이 윤 대통령 면회를 위해 서울구치소를 찾은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3일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이, 7일에는 윤상현·김민전 의원이 각각 윤 대통령을 접견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세 차례 면회에서 모두 계엄선포 이유를 설명하고 정부·여당과 지지자들에 대한 당부와 함께 민주당에 날을 세우는 발언들을 내놨다.

권 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지도부에게는 "야당의 의회 독재로 국정이 마비되는 걸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어 무거운 책임감으로 비상계엄 조치를 했다"고 했고, 윤 의원 등에게는 "민주당과 좌파는 강력하게 카르텔을 형성하고 집요하게 싸운다"고 규정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당 현역 의원들이 수감 중인 윤 대통령을 잇달아 접견하는 것에 관해 정치적인 해석과 비판이 따라붙고 있다. 의원들이 윤 대통령과의 연을 강조하고 당 지도부 역시 ‘개인 차원’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전언 형태로 공개되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여당의 우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보수 지지층이 탄탄한 영남권 의원들이 강성 지지층을 더 포섭하고자 윤 대통령 면회에 나설수록 중도층과 멀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비윤계 인사들 사이에서 나온다. 이날 윤 대통령을 접견한 의원 5명 중 이철규 의원을 제외한 4명의 지역구가 영남이다.

윤 대통령 측도 야권의 ‘옥중정치’ 비판 등을 의식해 이날 이후로 접견을 최소화하고 재판 준비에 전념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