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강사 전한길 거침없이 하이킥, 국힘 108명보다 낫다

2025-02-09     서민 단국대 교수·기생충학 박사
서민

‘대한민국의 각종 공무원 시험 및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한국사 스타강사. 현재 메가공무원에서 한국사를 강의한다.’ 전한길에 대한 나무위키의 설명이다.

수없이 많은 이들이 스타강사를 자임하는 시대지만, 그가 직접 했던 다음 말을 들으면 그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제가 인기 일타 강사에다가 연봉 60억 원 버는데." 실제로 인터넷을 보면 전한길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합격수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베스트셀러를 다룬 기사에는 <전한길 한국사 합격생 필기노트> 관련 내용이 빠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가진 게 많은 분이라는 얘기. 그렇다고 그가 어려서부터 돈이 많아, 돈의 가치를 잘 모르는 것도 아니다. 나무위키에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1970년 경상북도 경산시 용성면 고죽리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70년에도 소작농이 있다니, 라며 놀랄 이들이 몇백 트럭일 텐데, 그렇듯 가난하게 태어난 그가 지금의 위치에 이르기까진 엄청난 노력이 수반됐을 것이다.

사람은, 어렵게 얻은 것은 지키고 싶어한다. 문재인 정권 시절 스타급 연예인 한 명과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식사 내내 그가 문재인을 까기에, 그에게 물었다. "연예인들은 정치에 관심 없거나 좌파인 줄 알았다." 그가 답했다. "무슨 말씀. 우파도 엄청 많아요. 그런데 커밍아웃하면 자리가 없어지니, 아닌 척하고 있는 거죠." 스타강사라고 좀 다를까? 교육계가 좌파들이 우글대는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파스러운 말 한 마디로 인해 강사 자리에서 퇴출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할 터였다.

2023년 9월, 육사에서 홍범도 흉상을 이전하는 게 논란이 된 적 있다. 홍범도는 독립군으로 일제와 싸운 영웅이었지만, 그 뒤 러시아 공산당에 입당한 이력도 있는 만큼 북한을 주적으로 삼는 육사에 흉상을 놔둘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현 정부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충분히 있을 만한 논란이지만, 메시지보다는 메신저에 더 주목하는 좌파들은 흉상 이전 찬성파를 현 정부 지지자로 편가르기 했고, 한국사 스타강사인 전한길에게도 이에 관한 질문이 던져졌다. 전씨는 ‘그에 대한 평가가 정치적인 분쟁이 되고 있다’며 ‘역사적인 내용은 팩트만 공부하면 된다’고 답했지만, 이 말을 들은 이들이 일을 키우는 바람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났다. ‘전한길은 2찍?…한국사 일타 강사 홍범도 논란에 즉답 피해.’

이전까지 그가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강의 시간에 그는 노무현과 김대중에 대해 높은 평가를 했고, 이승만·박정희에 대해선 공은 인정하되 과오에 대해선 비판하는 스탠스였다. 아무리 좌파들이라 해도 이런 전한길을 공격할 도리는 없었을 터, 덕분에 그는 스타강사로 군림하며 방송에도 곧잘 출연할 수 있었다. 2024년 12월 3일의 비상계엄에 대해서도 그는 단호했다. 계엄령은 김건희 때문이고, 부도덕한 정치 지도자들이 초래했다는 것.

그런데 그가 정치적 발언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해를 넘긴 올 1월 20일부터였다. ‘대한민국의 위기는 사법부가 초래했고, 대한민국의 분열은 언론이 초래했다‘는 영상을 올린 것이다. 공수처와 서부지법의 카르텔이 드러나고, 우리법연구회가 헌재까지 장악해버린 실상이 폭로됐으니, 그가 분노한 것도 이해가 된다. 특히 그는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선관위의 태도를 문제삼았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에도 반발하고, 국정원의 조사마저 거부하는 게 정상이냐는 것이다.

지극히 타당한 지적이건만, 민주당은 그를 구글에 신고해서 일벌백계 하겠다고 나섰다. 전한길은 "왜 선관위 비판하니 민주당이 발끈하냐?"며 맞받아쳤고, 그때부터는 아예 각종 집회에 연사로 나와 수십만 청중을 동원하며 사법부와 헌재를 비판하고 있다.

유감스러운 점은, 잃을 게 많은 그가 이렇게 싸우는 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계엄에 동조하냐?"는 민주당의 협박 때문에 장외집회조차 눈치가 보여 못 나가는 것은 물론, 구치소 면회조차 ‘개인 차원’으로 애써 축소하고 있지 않은가? 그들이 가진, 알량한 국회의원 자리는 이럴 때 저들과 싸우라고 부여한 것인데 말이다.

설 연휴 때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역구 주민에게 들었다는 전한길 얘기로 끝을 맺는다. "목말라하던 지지자들이 듣고 싶은 말을 시원하게 해줬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을 다 모아도 전한길 한 사람보다 울림을 만들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