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00억·SK 80억...한국 기업들 지난해 미국 로비 금액 역대 최고

2025-01-23     채수종 기자
/그래픽=김상혁 기자

한국 기업들의 작년 대미 로비 금액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정책에 맞춰 대미 투자를 확대하고, 새 행정부 출범에 대비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와 의회를 상대할 일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 접수된 기업별 로비 신고 내용을 보면 삼성그룹은 2024년 총 698만달러(100억3000여만원)를 로비에 지출했다. 삼성전자, 삼성반도체, 삼성SDI, 이매진 4개 기업을 합산한 금액이다. 삼성그룹의 로비액은 2021년 372만달러, 2022년 579만달러, 2023년 630만달러로 꾸준히 증가했다. 로비는 지식재산권, 한미관계, 국방수권법, 외국기업의 대미 투자, 반도체법, 통신 정책, 공급망, 양자·다자 무역 정책, 사이버 보안, 인공지능(AI) 정책, 세제, 이민, 디지털 격차 등 광범위한 의제를 아울렀다.

SK그룹은 2024년 559만달러(80억3000여만원)를 썼다. SK그룹이 로비 자금을 가장 많이 쓴 해는 작년이 아니라 612만달러를 쓴 2021년이었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을 벌이면서 행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사활을 걸고 로비할 때였다. 작년 로비 활동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통제와 공급망 정책, 반도체 투자, 반도체법, AI, IRA, 전기차, 청정에너지, 제약 등이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작년에 328만달러(47억1000여만원)를 썼다.현대차와 기아차, 현대제철, 슈퍼넬,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비를 합친 금액이다. 현대차그룹의 로비액은 2021년 291만달러, 2022년 336만달러, 2023년 323만달러로 최근 몇 년 비슷한 수준이다. 로비 현안은 수소와 연료전지 정책 및 인프라, 전기차 인프라와 세제 혜택 정책, IRA의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환경보호청(EPA)의 배출가스 규제, 커넥티드 차량 등이다.

한화그룹은 작년에 현대차그룹 보다 많은 391만달러(56억2000여만원)를 썼다. 한화그룹은 로비액이 2021년 64만달러, 2022년 90만달러, 2023년 158만달러로 빠르게 늘었다. 태양광 패널 관세와 관련해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로비 활동을 했다. IRA, 조선, 국방 예산에도 로비를 집중했다. 작년 미국 조선업체 필리조선소를 인수했으며 미국 방산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LG그룹은 LG전자가 작년에 역대 최대인 90만달러(12억9000여만원)를 로비에 썼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에 24만달러(3억4000여만원)를 로비에 지출, SK이노베이션과 분쟁을 벌이던 2021년에 신고한 120만달러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