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5] 中기업들 '베끼기' 진화...韓기업 따라하고 中제품도 서로 카피

2025-01-09     채수종 기자
중국 가전업체 모바(MOVA·왼쪽)와 드리미(DREAME)가 ‘CES 2025’에 선보인 신제품 로봇청소기는 형태와 기능이 거의 흡사해 마치 같은 회사에서 만든 제품으로 오인할 정도다. /연합

신기술의 향연으로 불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에 중국 기업들이 ‘카피 제품’을 대거 내놓아 참가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그동안도 한국 등 선진국 제품을 그대로 따라 만들거나, CES에서 나온 제품을 다음 해 선보이는 ‘베끼기’ 전략을 취해왔다. 이번 ‘CES 2005’에서는 대규모 부스를 차리고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지만, 선진국 카피제품 뿐 아니라 서로 다른 중국 기업이 같은 제품을 동시에 선보이는 웃지못할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TCL이 야심차게 선보인 AI 로봇 ‘에이미’(AiMe)는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선보인 AI 컴패니언 로봇 ‘볼리’와 ‘Q9’을 합친 것과 같은 모습이다. 주인과 교감하며 일종의 집사 역할을 하는 기능도 유사하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볼리를 처음 선보인 지 꽤 오래되지 않았냐"며 "(TCL이) 이번에 들고 나왔는데 우리가 가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니 경쟁사도 유사 제품을 들고 나온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TCL은 삼성전자의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과 비슷한 형태의 A300 시리즈 TV를 선보이며 ‘TCL 아트’ 공간을 꾸몄다. TCL A300 프로 TV는 명화처럼 받침대 위에 설치할 수도 있다.

중국기업들끼리 카피한 제품도 무더기로 전시되고 있다. ‘CES 2025’ 유레카파크에는 10여개의 중국 업체가 로봇청소기 신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업체명은 모두 다르지만, 제품은 형태 및 기능이 매우 닮아있다. 현장 관계자에게 "옆 부스 업체의 제품과 똑같은 것 같은데 차이가 무엇이냐"고 질문했더니 "다른 업체에 대해서는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행사장에 등장한 똑같은 형태의 로봇청소기는 중국 가전업체 모바(MOVA)와 드리미(DREAME)의 신제품이다. 스테이션에 3가지 물걸레를 탑재해 바닥 재질이나 사용 구역에 따라 자동으로 물걸레를 바꿔준다. 이날 현장에서는 이를 설명하는 두 업체 관계자의 내용과 방식도 같았다.

또 중국 로보락이 올해 CES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신제품과 같은 제품도 등장했다. 로보락은 5축 접이식 기계식 로봇 팔을 탑재한 최첨단 로봇청소기 ‘로보락 사로스(Saros) Z70’를 이번 행사에서 공개하고, 양말을 주워 담는 시연 행사도 진행하며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바로 맞은편 드리미 전시부스에서도 팔의 굵기만 다를 뿐 상당히 유사한 외형의 로봇 팔 청소기가 움직이고 있었다.

이 밖에도 유레카파크에 전시한 중국 업체들의 로봇청소기들은 전시 간판만 가리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대부분 비슷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규모가 큰 내수시장 공략을 위해 줄지어 모방 제품을 출시하는 경향이 짙다"며 "이로 인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부정적 이미지를 상쇄시키기 위해 유사한 제품을 다른 브랜드(사명)로 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