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징비록] 정치는 군대를 흔들어선 안된다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며 지금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진행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극대화 되는 가운데 국제 정치의 불확실성도 부쩍 증가하고 있다. 모든 국가가 미래의 도전과 변화에 대비하고 있는 시점에 발생한 계엄령 사태는 국민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짧게나마 계엄군 위치에 있었던 국군 내부에서도 그 후유증이 심각하게 확산되고 있다.
무책임한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권력욕이 빚어낸 혼란이 언제까지 이 나라를 무질서와 혼돈의 나락으로 떨어뜨릴지 불안하고 위태로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일반 국민들의 대화 속에서 "좌파, 우파", "보수, 진보" 등의 단어가 빈번해지고 지역별로 편가르기를 한다. 특정지역은 으레 어느 쪽 편이라고 단정하고 선입견을 갖도록 하는 국론분열의 망국적 현상이 사회를 뭉그러뜨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그동안 쌓아 온 대한민국의 K-컬처는 물론 세계 10위 경제대국이란 부러움도, 한강의 기적도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것이다.
대체 우리의 후손들에게 어떤 국가를 물려주려고 정치인들은 이런 망국적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을까. 이같은 어수선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 국군도 자칫 혼돈에 빠질 수 있음을 우려해 다음 내용을 주문하지 않을 수 없다.
국군 장병들은 어지럽고 힘든 상황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항간에 정당하지 않은 명령은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하여 마치 군내에서 항명이 허용될 수 있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는 지극히 위험하고 자의적인 판단이다. 나아가 그 저의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망언이다.
최근 군내 항명사건도 늘어났고 하극상도 급증했다. 그 추세를 보면 과거에는 하위 계급에서나 발생하던 것이 이제는 고위 계급에서까지 발생하고 있다. 해병대 수사단장 건이나 정보사에서 벌어진 여단장의 사령관 욕설사건 등은 모두 순간에 벌어진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진행되어 온 국군의 기강 붕괴 현상으로 봐야 한다.
국군의 기본은 임관할 때 선서에 잘 나와 있다. 간부들은 임관할 때 "○○○는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충성을 다하고 헌법과 법규를 준수하며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고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한다"는 맹세를 한다. 이 맹세문은 헌법이야말로 군인이 복종해야 할 최상의 가치로 언급하고 있다.
헌법의 제 5조 2항에는 국군의 사명을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아울러 단서로서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라고 하여 명령을 발할 때 그 명령은 정치적 치우침이 없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국군을 움직이는 명령은 당연히 국민과 국가를 위하는 것이고 합법적이어야 함을 그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다. 명령을 발하는 상부 지휘계층이 지켜야 할 준수사항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수명해야 할 국군 장병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복종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계엄과 관련해 아홉 명의 장성이 직무 정지되고 그 별의 합계는 19개에 이른다고 한다. TV에서는 눈물 흘리는 장군, 수갑 찬 장군, 국회에 출석한 수많은 군 고위직의 얼굴을 반복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통탄할 노릇이다. 군대 망치려고 작심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어찌 저럴 수 있는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명령에 복종한 것은 죄가 될 수 없다. 잘못된 명령이 있었다면 그것을 기획, 계획, 명령한 자가 잘못한 것이다. 오히려 하달된 명령을 따르지 않은 자가 있다면 그것이 문제다. 이번 사태 후속조치에서 고위 장성들을 전장 포로 취급 때나 볼 수 있는 모습으로 다루는 것은 국민의 군대를 저버리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