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의 대행’ 정국 불안에...원·달러 환율 1472.50원 마감
외환위기였던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 기록
‘대행의 대행’이란 초유의 사태로 이어진 정국 불안 속에서 30일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1472.50원으로 올해 마지막 장을 마감했다. 외환위기였던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종가다. 올해 개장 첫 날인 1월2일 기록한 1300.40원에 비해 172.10원(13.2% ) 상승했다.
글로벌 경기 부진, 중동 전쟁, 트럼프2기에 대한 우려에 국내 정국 불안이 겹친 결과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의 줄탄핵으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체제가 가동되고 있지만, 시장의 신뢰를 얻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국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이후 한국의 정치적 위기와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이로 인해 경제까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제 환율 1500원이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국내 정국 불안 장기화 우려 등 대내외 각종 악재로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며 "금주 원·달러 환율 밴드는 1460~1500원으로 환율 불안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계속되는 정국 불안과 대외 강달러 압력 지속을 예상해 1480원대까지 상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다만 외환당국의 시장개입과 수출업체 월말 네고 유입으로 환율 상승 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을 위해 정치 상황의 조속한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를 열고 금융·외환시장 동향 점검 및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환율 상승 등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이에따라 관계기관이 긴밀히 공조해 시장 상황을 24시간 예의주시하며,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금융·외환시장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 특히 참석자들은 "국제사회는 한국의 국정 컨트롤타워가 조속히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대외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우리 경제 전반에 충격이 더해질 수 있어 국내 정치 상황이 조속히 안정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9778억 달러 수준의 순대외금융자산 규모(3분기 기준)와 세계 9위 수준인 4154억 달러의 외환보유액(11월 기준)과 27조원 수준의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시장안정프로그램 잔액(11월 말 기준) 등을 볼 때 금융당국의 대응 여력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 한 방향으로의 쏠림 현상이 과도하게 나타나는 경우 추가 시장안정조치를 적기에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 27일 한은이 5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증권(RP)을 추가 매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은은 지난 4일 이후 총 38조6000억원의 단기유동성을 공급했다. 앞으로도 시장 안정과 단기자금 수급 여건 개선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즉각 추가 실시해 나가기로 했다.
외국인의 국채 투자 인프라 확충,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외환시장 인프라·접근성 개선 등 외환 수급 개선 노력과 함께 외국인 투자(FDI) 촉진을 위한 지원도 곧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발표하고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