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먹거리 물가 ‘비상’...식량 원재료 가격 급등에 고환율 겹쳐

2024-12-30     채수종 기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먹거리를 고르고 있다. /연합

원·달러 환율이 고공비행을 하면서 먹거리 물가가 위협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료용 곡물, 커피, 코코아 등 농산물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세계식량가격 상승에 고환율까지 덮치면서 내년 먹거리 물가가 치솟을 전망이다.

30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UN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7.5포인트(p)로 전월보다 0.5% 상승하면서 지난해 4월(128.4) 이후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지류 가격 지수는 한 달 만에 7.5% 올랐다. 팜유는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대두유는 각국의 수입 수요가 증가하며 상승세를 기록했다. 버터, 치즈 등 유제품 가격도 각국의 수요 증가로 전월보다 0.6%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코코아는 톤당 1만 2107달러, 커피는 톤당 5046달러로 전월보다 각각 41.4%, 8.4% 올랐다.

세계식량가격 상승세와 함께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어 국내 물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통상 수입 물가는 식품업계가 농산물을 사전에 계약해 도입하는 만큼 국내 물가에 3~6개월 뒤에 반영된다. 따라서 버터, 치즈, 코코아, 커피 등 수입물가가 상승하면 국내 가공식품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고환율 상황으로 인해 사료용 곡물 가격이 상승할 경우 한우, 돼지, 닭 등 육류 가격도 오를 수 있다.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농가의 생산비용이 증가하면서 축산업계의 생산기반이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환율로 인해 국내 유가가 상승하면 온실 등에서 재배하는 채소류 등의 가격도 상승세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높은 환율이 농산물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고환율이 장기간 유지되면 노무비, 사료비, 농약비 등이 상승해 농산물 CPI가 오르게 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