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자 김어준에 뇌를 의탁한 민주당

2024-12-22     서민 단국대 교수·기생충학 박사
서민

올 한해, 국가기관 중 가장 문제가 많았던 곳은 당연하게도 국회였다. 이미 기소된 이, 향후 기소될 게 확실한 이, 1심 혹은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이 등이 모여있는 곳이 국회다 보니, 정의는 실종되고 불의가 판을 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수많은 악법이 만들어졌고, 주로 고위공직자가 대상이 됐던 탄핵의 칼날이 이재명을 수사하는 검사들에게 겨누어지기도 했다.

최씨 성을 가진 한 또라이 의원은 뉴진스 멤버 하니가 국회에 온다는 말에 위원회를 팽개치고 하니에게 달려가 사진을 찍었고, 심지어 사적인 만남을 갖기까지 했는데, 그녀가 이를 지적하는 동료 의원에게 오히려 사과를 요구한 건, 국회의원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슬픈 사례였다.

하지만 올 국회에서 벌어진 가장 황당한 사건은 10월 2일 있었던, 법사위의 모의법정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경기도 평화부지사였던 이화영은 쌍방울로 하여금 이재명 방북자금을 보내게 한 혐의로 1심에서 9년 6개월이 선고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과의 공모가 있었는지 추가적인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 공모가 인정돼 이재명이 유죄가 되는 걸 두려워한 좌파들이 고안해 낸 게 ‘검찰이 연어와 소주를 사주며 이화영을 회유했다’는 주장이었다.

물론 여기에 관한 증거는 존재하지 않았고, 회유가 있었다는 날짜조차 특정하지 못했기에, 1심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얼마 전 선고를 내린 항소심 재판부도 "그것이 실제로 있었는지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 "이화영의 경력을 고려할 때 연어나 술 등의 제공이 있었다고 진술에 영향을 받는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해당 주장을 배척한 바 있다.

그런데도 국회는 사법부의 판단은 가뿐히 무시한 채, 이화영을 불러 모의법정을 벌였다. 죄수복 대신 양복 차림으로 증언대에 앉은 이화영은 민주당 의원들의 따뜻한 지원 속에 연어와 소주에 관한 기존의 음모론을 마음껏 설파했다. 이 과정에서 이건태는 검찰이 직권남용을 한 것이라고 편을 들었고, 전현희는 "이화영 증인 많이 힘드시죠? 힘내시길 바란다"고 응원했으며, 정청래는 이화영이 감옥에서 쓴 비망록을 근거로 ‘이게 사실이냐’며 장단을 맞추더니, 급기야 자신이 판사라도 된 양 ‘무죄로 보인다’는 망언을 하기까지 했다.

민주당이 범죄자의 변호인을 자처한 부끄러운 사건, 하지만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민주당은 이를 능가할 희대의 이벤트를 만들어냈다. 과방위가 계엄에 대한 제보를 받는답시고 직업적 음모론자인 김어준을 참고인으로 부른 것이다.

김어준이 누구인가? 세월호가 닻을 내린 채 운행함으로써 고의로 침몰했다고 주장하고, 문재인이 큰 표 차이로 패배한 2012년 대선이 조작이라며 ‘더 플랜’이란 영화를 만드는 등 온갖 유언비어로 이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한국판 라스푸틴이 바로 김어준 아닌가.

이번에도 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사실관계를 다 확인한 게 아니라고 전제하며 발언을 시작한 것. 아니 국회에 왔으면 아는 것만 진술해야지, 이건 대놓고 거짓말을 하겠다는 선포 아닌가?

하지만 위원장 최민희는 그런 그를 제지하지 않았고, 덕분에 김어준은 자신의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대통령이 계엄을 이용해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하려 했으며, 조국과 김어준을 체포해 호송하게 한 뒤 인민군복으로 위장한 이들이 호송부대를 습격하는 척함으로써 계엄을 정당화하고, 미군 몇 명을 사살해 미국의 북한 폭격을 유도한다며 음모론의 극한경지를 보여준 것이다.

하도 황당해 반박할 마음도 들지 않지만, 북한이 우리나라에 침투할 때 인민군복을 입는 경우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김어준은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걸 잘 드러내 준다. 그런데 김병주 의원은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그를 옹호했으니, 어떻게 그런 이가 4성장군까지 됐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의 발언이 허구라는 민주당 내 보고서가 발견됨으로써 제1야당이 그렇게까지 막장은 아니라는 안도감이 드는 것도 잠시, 김어준에게 뇌를 의탁한 채 하루하루를 사는 개딸들이 이 보고서에 반발했고, 민주당은 ‘사실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보고서를 수정한다. 보고서의 작성자로 알려진 박선원 의원이 김어준 유튜브에 나가 미안하다며 사과한 것은 그 하이라이트.

좌파들은 말한다. 대통령이 우파 유튜브만 봐서 문제라고. 아니다. 극한의 음모론자 김어준에게 휘둘리는 민주당이야말로 이 나라의 암덩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