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發 충격에 금융시장 요동...환율 1450원 돌파·코스피 2% 하락

2024-12-19     채수종 기자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

원·달러 환율이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 전망으로 19일 1450원을 돌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7.5원 오른 1,453.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정부의 개입으로 1450선에서 공방을 계속했으나, 16.4원 오른 1451.9원으로 마감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하기로 결정한 영향이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시장 전망에 부합했으나, 앞으로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예고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04% 오른 108.17을 기록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연준의 12월 FOMC 결과가 상당히 ‘매파적’으로 해석된다"며 "달러가 초강세를 보임에 따라 환율도 연고점을 경신했다"고 말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전략팀장은 "연준의 통화정책이 전환점을 맞이하면서 달러 강세 압력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외환당국은 시장 안정화 메시지를 내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거시경제금융회의(F4 회의)를 열어 "24시간 금융·외환시장 점검체계를 지속 가동하면서 과도한 변동성에는 추가적인 시장 안정 조치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 및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연합

코스피가 1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과 그에 따른 미국 증시 급락의 영향으로 57.88포인트(2.33%) 내린 2426.55로 출발했다. 뉴욕 증시가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겠다는 연준의 신호에 급락한 영향을 받았다. 18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5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95%, 나스닥 지수는 3.56%나 하락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한 것이 연준이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선회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이날 우리 증시는 뉴욕 증시 3대지수의 큰 폭 하락에 비해 선방했다. 코스피 지수는 2426.55에서 시작해 48.50포인트(1.95%) 하락한 2435.93에서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13.21포인트(1.89%) 떨어진 684.36으로 마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 급락은 FOMC 쇼크가 일차적인 원인이지만 미국 증시가 조정의 명분이 필요하던 찰나였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국내 증시는 11월 이후 내내 소외되는 과정에서 예상 가능한 악재를 대부분 선반영했고 그 결과 밸류에이션 상으로 밀릴 여지가 적어진 구간까지 내려와 있어 지수의 레벨다운 압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점 모니터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발표 이후 큰 폭 하락했다. 연준이 내년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트럼프 2기’ 정부의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에 대해 관여할 의사가 없다는 견해를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 시간 이날 오후 4시 41분 비트코인 1개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4.73% 하락한 10만1159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 10만8300달러대와 비교하면 약 7% 떨어졌다. 한때 10만300달러까지 하락하며 10만 달러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파월 연준 의장의 비트코인 관련 발언이 가격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비트코인을 소유할 수 없다"(We‘re not allowed to own bitcoin)고 밝혔다. 비트코인 비축을 위한 법적 제도 마련에 대해서도 "연준은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시간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은 6.16% 내린 3686달러, 리플은 9.17% 급락한 2.36달러에 거래됐다. 솔라나와 도지코인도 각각 7.43%와 9.04% 하락한 208달러와 0.36달러를 나타냈다.

한편 19일 국내 가상거래소 업비트의 비트코인 가격은 한 때 1억5000만원 아래로 떨어졌으나, 곧바로 회복해 이날 오후 3시 30분 현재 2.20% 상승한 1억5100만원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