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시샤大, 윤동주 시인 80주기 맞춰 명예박사 학위 수여
일본 교토 소재 도시샤(同志社)대학이 윤동주 시인의 80주기를 맞아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로 했다.
도시샤대학 측은 고하라 가쓰히로 총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윤동주 시인에 대한 명예 문학박사 학위 수여를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도시샤대학은 1875년에 설립된 일본 최초의 사립대학 중 하나로, 윤 시인과 정지용 시인의 모교로 알려져 있다. 이 대학이 고인에게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학 창립 150주년이자 윤 시인의 80주기를 맞아 기존 민간 주도의 추모를 넘어 학교 차원의 추모 행사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가쓰히로 학장은 지난달 15일 진창수 주오사카총영사와 만나 "내년 2월 16일 윤동주 시인 서거 80주년을 맞이해 본교에서 대대적으로 기념식을 개최할 예정"이라며 "총영사관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시’, ‘자화상’, ‘별 헤는 밤’ 등의 작품을 남긴 윤동주 시인은 1917년에 태어나 연세대 전신인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도쿄에 있는 릿쿄대에 진학했다가 1942년 10월 도시샤대 영문과로 편입했다. 교토는 도쿄 수도권 지역에 비해 조선인에 대한 멸시나 차별이 덜했기 때문이다. 이듬해인 1943년 7월 윤 시인은 사촌인 송몽규 등과 함께 조선 독립을 논의하는 유학생 단체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이어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돼있다가 광복을 6개월 앞둔 1945년 2월 16일 28세의 나이로 순국했다.
윤 시인이 공부했던 교토시 가미교구 소재 이마데가와 캠퍼스에는 지난 1995년 시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서시’를 새긴 시비가 건립됐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2020년 보도에서 "윤동주의 75기를 맞아 60여 명이 도시샤대에 있는 윤동주 시비를 찾아 헌화식과 강연회를 열었다"라며 "윤동주의 시는 일본에서도 애독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명예박사 학위 수여를 제안한 가쓰히로 총장은 오래 전부터 이 시비를 눈여겨봐왔던 것으로 보인다. 도시샤대 학부·대학원을 졸업하고 모교에서 줄곧 강의를 해오다 지난 4월 35대 총장으로 취임한 가쓰히로 총장은 지난 2005년 2월 자신의 블로그에 "한국의 국민 시인 윤동주 시인의 시비는 제 연구실에서 15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라며 "매일 꽃이 헌화돼 있어 윤동주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지금도 윤동주 시인은 많은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지만 도시샤대학 학생들 중에는 이곳에 시비가 있다는 것과 윤동주가 누군지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시비에 새겨진 윤 시인의 대표작 ‘별 헤는 밤’을 일본어로 해석해 올리기도 했다.
한편 내년 2월 16일께 열리는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는 윤 시인의 조카인 윤인석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