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자유와 행복 약탈하는 종북 반국가세력 일거에 척결"

오죽했으면...계엄 '절박'

2024-12-04     정수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상 계엄을 선포하는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연말 정국을 거세게 강타하며 온 나라를 혼돈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해제한 4일 새벽 날이 밝으면서 그에 대한 비난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진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는 나름대로 그의 절박함이 엿보인다. 이는 3일 밤늦게 일부 방송으로 생중계된 그의 긴급담화에서 어느 정도 나타난다. 담화에는 현 상태로 계속 가다가는 온 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 있다.

일단 그가 밝힌 계엄선포 사유에서 느낄 수 있다. 그는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보수주의자인 윤 대통령의 평소 언행으로 볼 때 그의 이 말에 진정성이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무게감을 몰랐을 리가 없다. 선포 이후 밀어닥칠 파장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그런 그가 계엄선포를 강행한 데에는 나름의 생각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황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반국가세력에 의해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외국에도 위협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치체제를 전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윤 대통령은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이번 계엄선포를 통해 국내외적으로 우리의 처지를 알릴 수 있었다.

또 하나 윤 대통령의 절박함이 느껴지는 부분은 현 상태로는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호소다. 그는 담화의 첫머리에 "지금까지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관료 탄핵소추를 발의했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로선 절대 다수당의 권한을 남용해 사사건건 정국의 발목을 잡거나 검사 탄핵, 감사원장 탄핵, 특검을 남발하는 야당을 상대할 수 있는 결정적인 무기를 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작용했을 듯 싶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입법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 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돼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됐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결정적으로 민주당의 일방적 예산안 삭감에 더는 못 참겠다는 생각이 든 것으로 보인다. 자신에게 탄핵이라는 괴물이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을 예감하고도 이런 상태로는 나라를 끌어가기 어렵다는 절박한 심정일 수도 있어 보인다. 그의 기질상 어차피 막다른 길에 들어선 이상 한바탕 세게 붙어보자는 생각도 들었음직하다.

그는 "예산폭거는 한마디로 국가재정을 농락하는 것"이라며 "예산까지도 오직 정쟁수단으로 이용하는 민주당 입법독재는 예산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다"면서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윤 대통령의 계엄선포 시점도 그의 절박한 심정을 알려준다. 4일은 국회에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불기소 처분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될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