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탄핵의 시계...'사법의 시계'도 빨라진다

■ 시계가 빨라졌다 '촉박' '실패한 계엄령'이 몰고 올 파장...'시간 싸움' 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돼도 헌재 심판까지는 시간차 클 듯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대북송금 '리스크' 줄줄이 한 건만 '유죄' 결정돼도 대권 도전 10년 불가...정치생명 끝 尹 비상계엄 선포, 사법부 시계 속도 높여 반전 결과 가능성

2024-12-04     조남현 기자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사퇴촉구 탄핵추진 비상시국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과 참가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6시간의 비상계엄이 정국을 의외의 방향으로 끌고 있다. 민주당은 4일 오전 6시 의원총회를 열고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 명의 결의문으로 △윤 대통령은 즉각 자진 사퇴하라 △윤 대통령이 즉각 퇴진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즉시 탄핵 절차에 돌입할 것 △민주당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온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 등을 채택했다.

민주당은 이날 즉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5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한 뒤 24시간 내 탄핵안을 본회의에서 표결하는 일정을 제시했다. 속전속결로 윤 대통령 탄핵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시점부터 빠르면 48시간, 늦어도 72시간 이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처리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의총 직후 발표한 결의문에서 "윤 대통령이 어젯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전국민적 저항과 국회의 결의로 6시간 만에 해제하는 폭거를 저질렀다"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다. 그 어떤 선포 요건도 지키지 않았다"라며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원천무효이고, 중대한 헌법 위반이자, 법률 위반이다. 이는 엄중한 내란 행위이자, 완벽한 탄핵 사유"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실패한(?)’ 비상계엄으로 민주당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 발언들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은 기정사실이라는 자신감마저 배어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 중 뜻을 같이할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이 쉬울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하지만 민주당의 뜻대로만 정국이 굴러갈지는 알 수 없다. 이재명 대표의 운명을 가를 사법부의 시계가 얼마나 빨리 돌아갈지에 따라 정국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이 대표가 윤 대통령의 탄핵보다 먼저 유죄판결을 확정받는다면 상황은 반전된다.

이 대표는 지난달 15일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형을 받아 위기에 몰리다가 25일 유죄판결이 확실시되던 위증교사죄 판결에서 무죄판결을 받음으로써 기사회생했다. 그러나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 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비리 혐의와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 경기도지사 법인카드 유용 등 재판이 줄줄이 이 대표를 기다리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시계의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이다. 이미 1심에서 2년이 넘게 충분한 심리가 이루어졌고, 2심과 3심도 시간을 끌 이유가 없는 데다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2심 및 3심을 각각 3개월 이내에 끝내야 한다는 강행규정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은 상황에서 형이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10년간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위증교사 재판도 2심에서 반전이 기대되는 가운데 의외로 속도감 있게 진행될 거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사건의 논리구조가 복잡하지 않은 데다가 국민의 관심이 높아 2심 재판부는 물론 대법원도 시간을 끌지 않을 거라고 보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1년 이내에 대법원판결까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 대북송금 사건 재판이 의외로 이 대표를 가장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대표 재판은 아직은 공판준비기일 단계이지만 본 재판에 들어가면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의 유죄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이 대표 역시 유죄판결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내년 법관 정기 인사가 이 대표 운명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위증교사 재판 1심에서 이 대표에게 무죄판결을 내린 김동현 부장판사가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위례·성남FC 사건을 맡고 있는 가운데 편파적 공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그가 내년 1월 인사로 이동하고 새로운 재판부가 백현동 사건을 따로 떼어낸다면 이 대표는 생각보다 빠른 시기에 유죄판결을 받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백현동 사건을 별도의 재판부가 맡는다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비리로 기소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지난달 28일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사법부 시계의 속도를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곧 해제될 것을 알면서도 윤 대통령이 애써 계엄을 선포한 것은 민주당의 입법 독재와 횡포를 고발하는 동시에 모든 게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때문임을 일깨우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원이 정치적 압력을 의식하지 않고 소명감으로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리라는 기대가 있다는 것이다. 사법부의 시계가 얼마나 빨리 돌아갈지가 나라의 운명을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