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강대강' 예산대치…"감액안 철회 먼저" VS "증액안 가져와야"

팽팽한 대치 속 물밑 협상 이뤄질지 주목

2024-12-03     정수현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접견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여야가 강 대 강의 양보 없는 기 싸움을 벌이면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 철회와 사과 없이는 협상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먼저 전향적인 ‘증액 예산안’으로 추가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3일에도 민주당이 감액 예산안 강행 처리에 대해 사과하고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예결위 강행 처리에 대해 "이재명표 지역사랑상품권 2조를 증액하기 위한 정부여당 겁박용 꼼수"라고 지적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당초 정부 예산안을 긴축예산이라고 비난하더니, 4조를 추가 삭감해 더 긴축으로 처리했다. 확장 재정이 필요하다며 뻔뻔스럽게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몰염치한 연기를 했다"며 "국민을 우롱해도 정도가 있지, 이쯤 되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민주당의 선(先) 사과·후(後) 협상’ 원칙을 확고히 한 만큼 민주당의 입장변화 없이는 지도부 간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당의 감액 예산안 철회 요구를 일축하며 "예산 증액안을 가져와라"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여당과의 협상 결과와 무관하게 오는 10일 예산안 단독처리가 가능하다는 점도 시사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얼토당토않은 소리는 그만하고 민생·경제 회생을 위한 증액예산안부터 만들어 오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사과하라고 하는데 적반하장도 분수가 있어야 한다"며 "총 감액규모 4조1000억원은 정부예산안 총지출의 0.6%에 불과하고 (감액분의) 절반 이상이 사용처가 지정되지 않은 예비비 2조4000억원"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여야의 팽팽한 대치는 향후 예산안 협상을 시작하더라도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협상 테이블에 앉기 위해 먼저 양보하는 제스처를 취할 경우 상대방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액 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보류되면서 오는 10일까지 협상시간을 번 가운데 민주당 일각에서는 특별활동비와 예비비 협상이 가능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성의를 보인다면 협상에 나설 것"이라며 "특활비와 예비비의 경우 필요성이 소명되고 사용근거만 증빙된다면 복원도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