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에 호텔 필요" 보고서 낸 '李 그림자' 지인, 호텔 오너 됐다
[미소 뒤의 이재명 - 우리가 몰랐던 그의 흑서] (1) 정자동 특급호텔 특혜 의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자 친명계와 이 대표 지지 세력은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이재명 대표가 받는 재판은 5건이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재판이 시작되지 않은 사건들도 있다. 만약 이 대표가 이런 혐의에서도 벗어난다면 우리나라 법원은 망한 것으로 봐도 될 듯하다.
◇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성남시 분당 정자동 특급호텔 특혜 의혹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는 ‘더블트리 바이 판교 힐튼’이라는 특급호텔이 있다. 성남시는 이재명 대표가 시장이던 2015년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여기에 많은 문제들이 숨어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해당 사업에 대한 의혹은 이때부터 제기됐지만 정권이 바뀐 뒤에야 수사가 시작됐다.
지난해 2월 11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 수사3부는 정자동 특급호텔 특혜 의혹에 대한 고발건을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이첩했다. 그해 1월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이 이재명 대표를 직권남용 및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는 같은 달 성남시와 호텔 개발업체 ‘베지츠’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당시 영장에는 이재명 대표가 특가법 상 배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피의자로 적시됐다.
성남지청은 5월에는 호텔 사업 시행사 ‘베지츠 종합개발’에 지분을 투자한 한국계 캐나다인 여성 A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A 씨는 지분 취득 당시 ‘베지츠 종합개발’ 대표의 부인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베지츠 종합개발’ 지분 30%를 4억 4000만 원에 취득했다. 성남시 조례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 지분이 30% 이상이 되면 지자체 소유 토지를 수의계약으로 임대할 수 있고, 임대료 감면 등의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성남지청은 6월에는 서울 강남구 소재 베지츠종합개발 등 시행사 3곳, 베지츠 종합개발 오너로 알려진 황 모 씨 자택, 성남시청 관광과, 회계과, 도시계획과, 비서실 등 7개 과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또한 참고인 조사에서 베지츠와 계약 과정에 참여한 성남시 공무원들로부터 "상부에서 수의계약을 결정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7월에는 베지츠 종합개발의 전 대표 김 모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베지츠 종합개발 소유주로 알려진 황 모 씨다. 황 씨는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측근으로 알려져 있으며, 차병원의 성남 FC 불법 후원금 의혹에 연루된 인물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황 씨가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 지시로 차병원을 찾아 성남 FC에 후원금을 내라고 제안하고, 그 대가로 용역비를 챙겼다는 취지의 진술을 차병원 관계자 등으로부터 확보했다. 신문은 "성남지청은 성남FC 관련 수사를 하면서 ‘정자동 호텔 설립 특혜 의혹’ 관련 수사도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검찰 관계자의 말도 전했다.
◇ ‘검은머리 외국인’ 투자까지...온갖 편법 사용된 정황 드러나
이후로도 검찰 수사는 계속되고 있지만 ‘피의자 이재명’ 대표는 아직 한 번도 소환하지 않았다. 검찰이 수사를 하면 할수록 그 끝이 이 대표와 그 주변을 향했지만 현직 거대 야당 대표를 그렇게 쉽게 소환할 수 없는 현실 때문이었다.
정자동 특급호텔 특혜 의혹의 시작은 2013년 4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피엠지플랜’이라는 컨설팅업체가 성남시의 용역을 받아 ‘가용 시유지 활용방안 연구’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업체는 같은 해 10월, 2014년 2월에도 ‘성남시 유휴부지 개발방안’과 ‘구 백현 유원지 부지 개발방안’이라는 보고서를 시에 제출했다.
해당 연구용역은 수의계약으로 발주됐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측근 정진상 성남시 정책비서관과 컨설팅 업체 오너가 친분 관계라고 알려졌지만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검찰 압수수색 영장에서 정진상 전 비서관의 이름은 빠졌다. 아무튼 용역 보고서의 핵심적인 내용은 "성남시에는 숙박시설이 부족하므로 호텔을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015년 1월 이재명 성남시장은 ‘베지츠 종합개발’이라는 곳에 호텔 건설을 맡기기로 하고, 성남시 유휴부지에 호텔을 짓는 협약을 체결했다. 시 부지를 30년 간 임대하는 계약도 포함됐다. 그런데 알고 보니 ‘베지츠 종합개발’과 ‘피엠지플랜’ 오너가 동일 인물로 드러났다.
이어 성남시와 ‘베지츠 종합개발’ 간 협약 내용과 이후 성남시 조치를 두고도 비판이 제기됐다. 일반적으로 공공 부지 개발 임대료는 공시가격의 1000분의 50 안팎이다. 그런데 ‘베지츠 종합개발’은 2015년 11월 계약에서 그 3분의 1도 안 되는 임대료만 내기로 계약을 했다.
성남시가 ‘베지츠 종합개발’과 맺은 협약에는 시유지를 임대한 사업자가 시와 협의 없이 다른 민간 사업자에게 사업권을 넘길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성남시는 또한 ‘베지츠 종합개발’과 협약 체결 8개월 뒤 당초 자연녹지였던 호텔 개발 부지를 일반 상업지역으로 5단계나 상향해줬다. 4단계 상향해준 백현동 개발 부지보다 더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왔다. 용적률 또한 228.62%에서 353.72%로 대폭 올려줬다.
◇ 공공부지 임대료 낮춰주고, 용도변경 5단계 올려주고, 용적률까지 높여준 성남시
‘베지츠 종합개발’은 2022년 말 호텔 준공 허가를 신청할 때까지 임대료 90억 2500만 원을 미납했다. 성남시 측이 임대료 납부를 요구하자 ‘베지츠 종합개발’ 측은 "준공 이후부터의 임대료만 내겠다"고 맞서며 성남시 조례를 내세웠다.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공유재산 임대료는 전액 또는 75%, 50% 씩 감면이 가능하다는 조례였다. ‘베지츠 종합개발’은 주주 가운데 한국계 캐나다인 A 씨 지분이 30%를 넘는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A 씨는 성남시와 협약 체결 당시 ‘베지츠 종합개발’ 대표이사의 부인으로 협약 체결 직전에야 지분을 취득했다.
이처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 중일 때 성남시 측의 다양한 특혜를 받아 지어진 ‘정자동 호텔’이 ‘더블트리 바이 힐튼 판교’ 호텔이다. 분당과 판교를 잇는 길목에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정자동 호텔개발 사업에 특혜를 주는 과정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뿐만 아니라 이 대표가 분당구 서현동의 한 관광호텔 개발 과정에도 특혜를 줬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