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정 협의 결렬…정부 여당은 대화 계속해야

2024-12-02     자유일보

의대 입학 정원 문제 등 의료 갈등 해결을 위해 만들어진 여·의·정 협의체가 출범한 지 20일 만인 1일 중단됐다. 협의체는 그동안 4차례에 걸쳐 공식 회의를 갖고 현안을 논의했으나, 결국 핵심 쟁점인 의대 정원 문제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협의체의 좌초는 출범 당시부터 어느 정도 예고됐다. 의료계에서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가 참여했지만, 의정 갈등의 핵심 당사자인 전공의 단체와 의대생, 대한의사협회가 불참했기 때문이다. 이견과 갈등의 해소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였던 것이다. 의료계는 2025년도 의대 정원 변경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정부는 "법적 리스크로 인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 단체에 협의체 참여를 적극 요구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경북 국립의대 신설을 주장한 것도 결렬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렇잖아도 의대 증원 문제에 의료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에서 굳이 그런 목소리를 높여야 했는지 의문이다. 의료계로서는 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 여당의 진정성을 충분히 의심할 만한 발언이었다.

협의체 회의는 중단됐지만,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 그동안 의료계가 요구해왔던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자율성 보장 방안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봐야 한다. 정부는 고등교육기관 평가 인증과 관련한 규정 개정안 추진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앞으로 정부 여당과 의료계가 대화를 재개할 경우 합의의 폭은 훨씬 넓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걸게 된다.

의료계와 여권은 앞으로도 접촉을 유지하면서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화 외에는 이 문제의 출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운 지도부 선출에 나선 의사협회와 전공의 등이 좀더 유연한 입장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의료 갈등의 핵심 당사자인 이들이 빠진 상태에서는 합의 자체가 어렵다. 의료 파행이 지속될 경우 치명적인 피해는 환자와 국민이 입지만 의사와 전공의 등도 그 파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애초 협의체 출범을 제안했다가 불참한 민주당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여당을 나무에 올려놓고 흔든 셈이다. 의료 파행의 피해는 민주당 지지자들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