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사건 ‘혜경궁 김씨’ 닮은꼴 되면 안된다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그의 가족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이 올라온 사건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친윤계를 중심으로 진상 규명을 위한 당무감사 요구가 나오는 한편 보수 유튜버의 고발을 접수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당내에서 "한 대표가 직접 설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한 대표는 침묵하고 있다.
아직 이번 사건의 진상을 단언할 단계는 아니다. 국민의힘 친한계의 입장도 ‘경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증거와 정황이 분명히 가리키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국민의힘 내부에 윤 대통령 부부를 계획적으로 비방해 당원과 국민의 여론을 악화시키려 시도한 그룹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이들이 한 대표와 그 일가의 명의를 이용했다는 점이다.
이번 의혹은 그리 낯설지 않다. 지난 7월 24일 전당대회 당시에도 ‘한동훈 댓글팀’ 논란이 불거졌고, 이번 비방글도 그 연장선에서 이해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친한계와 한 대표의 대응도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 깔아뭉개고 버티면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다. 이번 사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덧나는 종기와 비슷하다.
이미 한겨레와 오마이뉴스 등 좌파 언론들도 본격적으로 이 사건을 보도하며 논란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한 대표도 자신의 일가친척들이 이 사건에 관련된 내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밝히고 사과할 내용이 있으면 사과해야 한다. 그것이 사건을 최대한 빨리 수습해 타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도 거슬러 올라가면 ‘혜경궁 김씨’ 논란으로 이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혜경궁 김씨’로 불리던 네티즌이 문재인 등 당시 민주당의 주류들을 극렬 비난해 논란이 된 사건이었다. 검찰은 이 사건을 불기소 처리했지만,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은 문제의 ‘혜경궁 김씨’가 이재명의 아내 김혜경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한 대표 가족 의혹을 보며 ‘혜경궁 김씨’ 사건과 닮은꼴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치에서 논란과 의혹은 항상 발생한다. 가급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지만 발생한 의혹에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치 경험이 많지 않은 한 대표가 이번 논란을 잘 수습할 수 있도록 국민의힘 중진들이 도와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