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죽이겠다" 민주당, 분열 시작됐다

■ 최민희 "비명계 움직이면 내가 죽일 것" 파문 과도한 폭언, 민주당의 미래 위기감에 대한 두려움 반영 총선 때 '비명횡사' 당한 세력, 물밑서 움직임 활발 징후 전직 비명계 의원 주축 '초일회' 김부겸 초청 특강 예정 "이재명 퇴출 염두 둔 '포스트 이재명' 구상" 의심 눈길 비명횡사 최대 피해자 박용진, 포럼 발족 정계복귀 채비 이재명 25일 징혁형 땐 퇴출압박 본격화

2024-11-18     조남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명계가 움직이면 죽는다.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18일 알려지면서 민주당 분열이 이미 시작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 의원은 민주당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북광장 인근에서 개최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집회 현장에서 진행된 ‘오마이TV’ 인터뷰에서 "지금 윤석열 정권이 위기에 몰려 있기 때문에 법대로 판결이 나는 것이 불가능한 시점이다. 어떤 판결이 나오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핵심은 민주당이 분열하느냐 아니냐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의원은 "이미 일부 언론이 ‘민주당에 숨죽이던 비명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한다"며 "(비명계가) 움직이면 죽는다.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저렇게 거친 말을 하여 방어하려는 것은 그만큼 위기의식이 크다는 걸 반증한다"며 "아직은 숨죽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밑에서는 여러 비명계 인사들이 교감하여 움직이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총선 당시 이른바 ‘비명횡사’ 사태를 상기시키며 "유력 정치인들이 단지 친명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공천에서 탈락했는데, 그들이 얼마나 부글부글 끓었을까 생각해 보면 이 대표가 정치적 위기에 처한 지금 그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비명계 전직 의원들이 주축인 ‘초일회’가 다음 달 1일 김부겸 전 국무총리 초청 특강을 갖는 데 주목했다. 김 전 총리 측은 별도 공지를 통해 "특강은 미국 대선 얘기로 한정하고, 국내 정치에 관해서는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전해 이 대표의 판결과 무관한 행사라는 것을 강조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그의 해석은 다르다. 그는 "초일회가 왜 하필 이 시기에 유력 주자로 꼽혀 온 김 전 총리 초청 특강 행사를 기획했겠느냐"고 묻고 "이 대표 퇴출을 확신하고 ‘포스트 이재명’을 구상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초일회’는 내년 1월 초청 특강을 위해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초일회’가 접촉하고 있는 세 사람은 ‘신 3김’으로 불리는 야권의 대권주자로 꼽히는 인물들이다. 김 전 총리는 이낙연 전 총리, 정세균 전 총리와 함께 ‘3총’으로 불리기도 한다. ‘초일회’는 이들 5인 모두를 엮어내 현 이 대표 체제와 대립각을 세울 전망이다.

‘초일회’ 참여 인사 중 가장 주목을 받는 인물은 박용진 전 의원. 그는 21대 총선에서 64.4%를 득표하여 민주당 의원 중 서울 1위를 기록했음에도 지난 4월 총선에서 공천 탈락의 쓴 맛을 보며 ‘비명횡사’의 대표적인 예로 꼽혔다. 그런 만큼 지난 총선 공천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사람으로 꼽히고 있으며, 이 대표가 정계 퇴출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그의 행보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는 내년 1월 정계 복귀를 예고하고 있다. 박 전 의원이 중심인 ‘정치와 미래 포럼’은 내년 초 발족한다. ‘88만 원 세대’ 저자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가 정치와 미래 포럼 대표를 맡기로 했다. 해당 포럼은 조직화 토대 구축의 전초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앞의 시사평론가는 "이 대표가 오는 25일 위증교사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으면 설사 법정 구속이 아니더라도 이 대표의 퇴출이 더 확실해지는 만큼 이후 비명계의 다른 움직임도 가시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비명계의 움직임이 결국은 민주당의 분열로 이어지겠지만 당장은 야권의 결속 강조와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대한 공세 강화로 나타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친명계가 완전히 장악하고 있으며 이 대표에 대한 섣부른 공세는 비명계에 있어 자충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