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우크라에 '에이태큼스' 사용 허용...'참전' 북한군 노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임기 만료를 두달 앞두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대한 정책 전환을 단행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17일(현지 시간)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 공격 시 미국이 지원한 육군전술유도탄체계(ATACMS·에이태큼스)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의 사용을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전력과 정유, 정수시설 등 등 인프라를 무차별 공격하는 러시아의 최신 전투기와 장거리 미사일 등 전략적 목표를 타격하기 위해 에이태컴스의 지원을 끈질기게 요청해왔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에 위치한 이들 목표를 타격할 경우 전쟁이 확전될 가능성을 우려해 이를 거부해왔다. 바이든 정부는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들었다.북한에 ‘북한군이 취약하며 북한이 병력을 더 보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라는 게 미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전쟁의 전세를 뒤집는 ‘게임 체인저’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CNN, 공영 라디오 NPR 등이 취재한 익명의 미 정부 관리들은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에이태큼스 물량이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많은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지 불분명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4월 에이태큼스를 인도한 이래 우크라이나는 이미 이 중 일부를 러 영토 내 표적 타격에 사용한 적 있어 남은 물량이 많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또한 미국이 추가로 에이태큼스를 제공하기에는 생산부터 인도까지 수개월이 필요하다.
또한 우크라이나군이 최우선 표적으로 삼고 싶어 할 활공폭탄 탑재의 러 전투기 등 장거리 무기는 러시아군이 이미 전선에서 멀리 재배치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투기의 90%가 현재 에이태큼스 사거리 밖에 배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든이 좌고우면하다 실기(失期)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안보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연구원 새뮤얼 라마니는 이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청신호는 우크라이나에 너무 약하고 너무 늦었을 수 있다"면서 "바이든이 트럼프가 당선되자 뒤늦게 결정적인 행동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뒤늦은 정책 전환이 오히려 전쟁의 위험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CNN 방송은 분석 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결정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물려받을 전쟁의 위험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로이터는 러시아 타스 통신을 인용해 블라디미르 자바로프 상원의원이 "이것은 3차 세계대전의 시작을 향한 매우 큰 발걸음"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타스에 따르면 레오니트 슬루츠키 하원 국제문제위원장 또한 "미국 미사일로 러시아 깊숙이 공격을 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심각한 확전을 수반할 것"이라며 "이는 훨씬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해 9월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에 대한 타격을 허용할 경우 이는 서방과 러시아가 직접 싸우게 되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영국과 프랑스가 공급 의사를 밝혔지만 미국에 앞서 제한을 해제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지원을 보류했던 에이태큼스와 유사한 장거리 미사일인 ‘스톰 새도’와 ‘스칼프’를 바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바이든의 이 ‘뒤늦은’ 결정이 단지 상징인 의미만 갖는 게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군의 기습으로 빼앗긴 쿠르스크 탈환 대공세에 투입된 북한군과 러시아 병력에 에이태큼스 등이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칫 북한군이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