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쇄신 골든타임, 우파 정체성 확립이 출발점

2024-11-18     자유일보

이재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 판결을 계기로 정국의 풍향이 바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를 멈추고 23%대로 올라섰다는 여론조사 결과와 함께 ‘지금이 여권 쇄신의 골든타임’이라는 요구도 분출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의 입’으로 불리는 최민희가 "(비명계가) 움직이면 죽는다.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며 극한 위기감을 표출하고 있다.

민주당이 안간힘을 써도 첩첩산중인 아재명의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절대다수 의석을 무기로 툭하면 특검을 양산하고 심지어 판사 등 사법부를 상대로 노골적으로 ‘무죄를 내놓아라 뚝딱’ 협박을 했다. 사법부 입장에서는 이재명에게 유리한 판결이라도 내렸다가는 ‘겁먹고 굴복했다’는 의심을 사게 된다. 이재명의 자업자득인 셈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국민의힘을 위시한 여권이 정국 전환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이다. 민주당 걱정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정국의 전환점이 온 것도 맞고, 여권 쇄신의 골든타임인 것도 맞다. 하지만 우파 정당의 ‘쇄신’ 이야기는 골백번도 더 들었다. 걸핏하면 ‘뼈를 깎는 각오’ 운운하는데, 너무 뼈를 깎아서 아예 연체동물로 변신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중요한 것은 쇄신의 원칙과 방향성이다. 김건희 여사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인적 쇄신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하고 시급한 근원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다들 입을 다문다. 바로 우파 정당과 정권의 정체성 문제다. 대한민국 우파 진영은 쇄신 이야기만 나오면 ‘좌파 색깔을 강화’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6공화국의 정치적 패배자 위상에서 나오는 고질병이다.

언론과 지식인 사회를 장악한 좌파가 어젠다를 툭 던지면 우파는 그 허접한 명제를 신주단지처럼 받들어 열심히 ‘숙제’를 한다. 이게 지난 40여 년 동안 이 나라에서 수없이 되풀이해온 프로세스다. 좌파의 가치관을 그렇게 열심히 받아들이면서 ‘우파’라는 타이틀에는 왜 이리 집착하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우파 인사의 검증을 좌파가 주도하는 기막힌 현상이 일상화되어 이제 이상하다고 느끼지도 못한다. 쇄신을 하려면 그동안 5·18 등 좌파의 상징에 도전했다가 이마에 ‘주홍글씨’가 새겨져 공천과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아온 우파 인사들의 복권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 첫 걸음이 없으면 쇄신은 립서비스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