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열리는 한중 관계, 실용적 국익 우선해야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페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이 얼굴을 맞댄 건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국(G20) 정상회의 때 이후 2년 만이다. 중국이 이번 회담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은 서로 자국 방문을 요청했다. 일단 시 주석은 내년 가을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때 방한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박근혜 대통령 시절인 2014년 이후 11년 만의 방한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듬해인 2015년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논란이 일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에 의심을 가졌다.
이를 해소하려던 한국 정부는 2016년 한국에 사드 배치를 굳이 공개적으로 발표했고, 이에 반발한 시진핑 정권은 한한령을 선포해 공개적으로 반한 태세로 돌아섰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우며 중국과 잘 지내 보겠다고 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중국에 국빈 방문했다가 ‘혼밥 외교’로 공개적 망신을 당했다.
이랬던 한중 관계에 변화의 계기들이 감지된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월은 일방적으로 혈맹인 중국에 의존하던 북한에 새로운 외교적 선택지를 만들어줬다. 윤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의 직전 스페인 국영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한반도와 전 세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중국과도 전략적 소통을 지속하면서 중국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안정에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해줄 것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중국이 한국에 손을 내밀게 만든 중요한 계기일 것이다. 트럼프는 선거 캠페인에서 중국에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한국과 일본을 자국 편으로 끌어들여야 할 처지다. 한국 역시 방위비 계산서를 다시 들이밀 트럼프 정부에 대비해야 한다.
결국 동맹을 앞세우는 이념이 아닌 실용이 우선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중국은 지난 5월 이후 한·중 고위급 대화 채널을 활성화했고, 최근 한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면제를 깜짝 발표했다.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 기회를 실용적으로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